10일 멜버른 시티와의 ACLE 리그 스페이지 6차전 홈경기를 끝으로 FC서울을 떠나는 제시 린가드가 경기 후 서포터 수호신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 선수와 다르게 제가 2년 동안 정말 많이 피곤했습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10일 멜버른 시티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제시 린가드를 지도한 소회를 밝히며 던진 첫마디였다. 하지만 이는 불만이 아니라 최고의 찬사였다.
김 감독은 “운동장에서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항상 사무실에 찾아와서 전술적인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고,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린가드는 선발에서 빠졌을 때도 찾아와 “왜 안 나가냐”고 따지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때로는 감정 조절에 실패해 코너 깃발을 걷어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화가 나서가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 컨트롤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그 이후 다음 날 와서 저한테 분명히 사과했고, 팀에 피해를 끼쳤다며 벌금도 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린가드와 함께한 2년을 “피곤했다”고 표현한 이유는 명확했다. 린가드는 단순히 경기장에서만 뛰는 선수가 아니었다. 훈련장 밖에서도 끊임없이 감독실 문을 두드리며 전술을 논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선발에서 제외되면 당당하게 이유를 물었고, 팀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김 감독은 이런 린가드의 태도가 한국 선수들에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도 제시처럼 항상 저희 방에 찾아와서 상의하고, 자기가 못 나갔을 때도 뛰게 해달라고 자신감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문이 열려 있으니 언제든 찾아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린가드의 적극성은 경기장 안팎에서 빛을 발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동료들을 이끌었고, 막판 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팀을 위해 헌신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 3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마지막까지 서울을 위해 뛰었다.
김 감독은 “조금 떠나고 나면 아쉬울 것 같다”며 린가드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2년간 피곤했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다는 뜻이었다. 린가드가 보여준 프로 정신과 적극적인 소통 방식은 한국 축구에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