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데뷔 35주년? 몰랐어요…매 순간을 처음처럼”

입력 : 2025.12.12 17:12
  • 글자크기 설정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제공

전도연은 35년의 세월을 쌓았지만, 그는 여전히 ‘오늘의 연기’로 말한다. 과거의 성취에 기대기보다 지금 마주한 인물에 더 집중한다. ‘자백의 대가’는 그런 전도연의 태도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전도연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자백의 대가’ 속 윤수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을 비롯해 데뷔 35년을 지나오며 쌓아온 연기와 배우로서의 태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남편 살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전도연)와 ‘마녀’라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이 위험한 거래로 얽히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공개 직후 글로벌 TOP10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절대 스포일러를 하면 안 되는 작품이라 공개될 때까진 긴장을 많이 했어요. 오픈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훨씬 마음이 편해졌죠.”

‘자백의 대가’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윤수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로 보이는 동시에, 끝내 의심을 거두기 어려운 미스테리함을 갖고 있다. 전도연은 이 모순된 인물의 출발점을 ‘결핍’에서 찾았다.

“윤수는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아로 자라면서 가족에 대한 집착이 컸을 것 같았고, 그 집착이 ‘화목한 가정’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인물 같았죠.”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선한 인물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술 선생님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시선,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 속에서 윤수는 점점 더 의뭉스러운 얼굴을 갖게 된다.

“윤수가 범인인가 아닌가는 이야기의 재미예요. 맞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고,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구조죠. 일부러 혼란을 주려고 만든 인물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게끔 설계된 작품인 것 같아요.”

‘자백의 대가’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작품의 중심에는 여성 서사가 놓여 있다. 그는 ‘자백의 대가’를 추리극이라기보다 두 여자의 선택과 변화에 관한 이야기로 바라봤다.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여성 서사였어요. 위험한 거래 이후 어떤 선택을 하고,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핵심이었죠. 윤수에 집중하면 나머지 이야기도 따라올 거라고 믿었어요.”

그 과정에서 김고은과의 호흡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의 재회였지만, 전도연은 시간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너무 편했어요. 제가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같이 의지하고 상의하면서 가는 게 좋았죠. 고은이는 그 사이 정말 다양한 배우로 성장했잖아요. 오히려 제가 더 소극적일 때 고은이가 주도해줘서 고마웠어요.”

윤수의 동기를 ‘모성애’ 하나로 환원하고 싶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여성 서사에는 늘 모성애가 따라붙잖아요. 윤수에게도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지만, 그걸 굳이 강조하고 싶진 않았어요. 이 여자가 살고자 발버둥 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제공

데뷔 35년. 시간이 쌓일수록 배우에게는 설명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그러나 전도연은 여전히 ‘오늘’에 머문다.

“제가 데뷔한 지 35년이나 됐나요? 몰랐어요. (웃음) 늘 저는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해왔는지 실감이 안 돼요. 전 항상 더 먼 미래보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오늘에 집중해 왔던 것 같아요.”

그의 연기 철학은 의외로 단순하다. 거창한 목표보다 ‘일에 대한 사랑’이 남았다.

“사람이 초심을 지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 작품했을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또 시간이 갈수록 연기하는 시간이 가장 자유롭고 저다운 순간이라는 걸 느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어요.”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는 뜻밖에도 ‘멜로’를 꺼냈다.

“정말 소박한 꿈이겠지만 정통 멜로를 하고 싶어요. 요즘엔 멜로가 너무 희귀해졌잖아요. 센 작품을 해서 그런지,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워요.”

전도연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음 작품이 무엇이든, 그는 또다시 처음처럼 고민할 것이다. 35년을 버텨온 힘은 바로 그 태도에서 나온다. 늘 현재를 바라보는 배우, 전도연의 시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