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소정 | WKLB 제공
4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올스타로 선정된 20명의 선수들은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자신을 뽑아준 팬들을 맞이했다. 선착순을 직접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며 팬들과 마주친 이들은 예상을 웃도는 팬들에 깜짝 놀랬다. WKBL 관계자는 “올스타 페스티벌에서 5759명의 관중은 유료판매 기준 최다”라고 귀띔했다.
선수들은 준비한 퍼포먼스로 팬들의 열기에 화답했다. 축제를 표방했기에 코트 중간에 마련된 무대에서 팬투표 순위의 역순으로 등장한 선수들은 저마다 고른 등장곡과 댄스 실력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진안(하나은행)이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소다팝’을 배경음악으로 댄스 공연을 펼친 것이 가장 큰 환호성을 자아냈다.
소품을 살린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강이슬(KB)은 토끼 모자를 쓰고 등장해 유튜브를 정복했던 밈인 ‘매끈매끈하다’를 살렸고, 김단비(우리은행)는 타월을 망토처럼 두른 채 팬들에게 하트를 날렸다. 1987년생으로 현역 최고령인 김정은(하나은행)도 하얀색 정장 상의 차림으로 마이크를 손에 쥔 채 화사의 ‘굿 굿바이’를 부르는 립 싱크로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강조했다.
올스타 선수들이 팀 유니블과 팀 포니블로 나뉘어 맞대결을 치른 올스타 페스티벌은 선수와 감독, 팬이 모두 참여하는 한 편의 연극에 가까웠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힘을 기울이는 가운데 골이 나올 때마다 준비한 세리머니가 나왔다. 유니블의 강이슬이 자신의 첫 3점슛에 감격한 나머지 동료들과 함께 켄드릭 라마로 변신해 올스타 페스티벌을 슈퍼볼 공연장으로 바꿔놓은 것이 대표적이었다. 코트 사이드에 앉은 김단비의 한 팬이 포니블 선수로 1쿼터 중반 깜짝 교체 투입돼 12-12 동점을 만드는 레이업슛을 올려놓은 것도 흥을 더했다.
심판으로 변신한 김단비(오른쪽)와 위성우 감독| WKBL 제공
사령탑들은 어느 때보다 존재감을 뽐냈다. 하나은행의 깜짝 1위를 이끄는 이상범 감독이 시작이었다. 포니블의 박소희(하나은행)는 상대팀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스승을 상대로 과감한 드라이브인과 스틸에 이은 속공으로 4점을 넣은 뒤 “감독님 그렇게 설렁설렁할 거면 나가주세요”라고 일갈했다. 이 감독이 개막 전 박신자컵에서 하나은행의 분발을 촉구하며 꺼냈던 발언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박정은 BNK 감독도 장기인 3점슛 2개를 꽂았을 뿐만 아니라 김소니아를 골밑에서 막아내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후반에는 김완수 KB 감독이 2개 연속 실책을 저지른 뒤 스틸과 어시스트로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본의아니게 신스틸러가 됐다. 그가 3쿼터 후반 교체 투입된 순간 애제자인 김단비가 심판으로 변신했다. 김단비는 위 감독아 공을 잡자마자 트레블링을 선언한 뒤 “얼굴이 반칙” 헐리웃 반칙“ 등을 외쳤다. 결국, 위 감독은 유니블이 60-75로 추격하는 자유투 1개만 성공시킨 채 퇴장으로 코트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김단비는 심판 역으로 베스트 퍼포먼상을 받았다.
이날 경기는 포니블은 4쿼터 강이슬의 3점슛 2개를 포함해 변소정이 골밑을 장악하면서 100-89로 승리했다. 25점 5리바운드를 기록한 변소정(BNK)은 기자단 투표에서 62표 중 43표를 받아 WKBL 올스타 페스티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득점상까지 받았다. 최고슈터를 가리는 3점슛 콘테스트에선 이소희(BNK)가 본선(15점)에 이어진 연장전에서 5점으로 첫 우승했다. 이소희는 스킬 챌린지에서도 19초로 우승해 올스타 페스티벌 2관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