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광탈’ 더는 안된다…절박함이 묻어나는 류지현호 1월 ‘사이판 캠프’

입력 : 2026.01.08 03:20
  • 글자크기 설정
야구 대표팀 정우주(왼쪽)가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원태인, 곽빈 등 동료 투수들이 격려하며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 대표팀 정우주(왼쪽)가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원태인, 곽빈 등 동료 투수들이 격려하며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대회 실전감각 고려한 일정
2월 오키나와선 라이브피칭돼야

2023년 3월9일 일본 도쿄돔. 한국 야구대표팀의 WBC 1라운드 호주전이 열렸다. 평소보다 훈련 속도를 올려야 했던 선수들의 실전감각은 우려대로 무뎠다. 호주 리그에서 뛰는 좌완 선발 잭 오러클린을 상대로 4회까지 연이은 삼자범퇴로 꽁꽁 묶였다. 0-2로 끌려가던 5회 1사후에야 김현수가 볼넷으로 첫 출루에 성공했다.

베테랑이 다수 가세했던 대표팀 타선은 찬스를 잘 살렸다. 2사 1·2루에서 양의지가 역전 3점홈런을 터뜨리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대표팀은 이날 호주전에서 6안타만 뽑았지만 사사구 8개를 버무려 7점을 뽑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마운드에 큰 구멍이 났다. 호주 타선에 10안타에 사사구 5개를 허용하며 8실점, 역전패를 당했다. 1라운드 통과의 문이 사실상 닫혔다.

그날 마운드에 오른 투수 중 100%에 가까운 구위를 보인 선수는 없었다. 준비 과정 중 차질이 생기며 따랐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그해 WBC 대표팀은 2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집결해 훈련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선수가 계산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 애리조나를 강타한 이상 기후 여파 등으로 불펜 피칭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결전의 날에 맞춰 투구수를 올려야 하는 투수들에게는 치명적 문제가 됐다.

또 한 번의 WBC. 3월 대회를 준비하는 ‘류지현호’에 2023 WBC 호주전은 참고해야 할 기억이다.

이번 WBC 대표팀은 이례적으로 1월 1차 캠프를 마련했다. 오는 9일 사이판으로 출국해 열흘 여 간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KBO리그 소속 선수 29명이 일단 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투수가 16명이나 되는 것은 3월 대회의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투수들 훈련 템포가 경기력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팀의 최원호 QC(퀄리티 컨트롤) 코치에 따르면 대표팀 투수들은 오는 3월5일 1라운드 첫 경기 체코전에 맞춰 역산으로 몸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 사이판 캠프에서는 워밍업을 제대로 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캐치볼로 시작해 적절한 시점에 하프 피칭까지 이어가는 수순이다. 투수별 몸상태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1월부터 대표팀 캠프를 꾸리면서 대회 준비에 공을 들인 성과는 우선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에 차려질 2차 캠프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류지현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1차 캠프 이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다시 합류할 투수들이 그즈음에는 한두 차례 청백전 등판을 소화한 단계에 올랐기를 바라고 있다. 훈련 속도가 조금 더딘 투수의 경우에도 2월 중순께라면 라이브피칭은 진행하고 있어야 3월5일 개막하는 대회에서 자기 구위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09년 2회 WBC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2013년, 2017년, 2023년까지 3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4강 진출에 성공했던 2006년 초대 WBC와 2009년 대회에 경험했듯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는 본대회에서 정상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인 점이었다. 2006년 WBC 미국전에서는 직전 시즌 메이저리그 22승 투수인 선발 돈트렐 윌리스를 1회 이승엽의 솔로홈런 등으로 녹다운시켰고 손민한을 선발로 내세운 투수진은 미국 강타선을 3실점으로 막았다. 7-3 대승 과정에서 훈련 페이스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우리 투수들의 볼끝이 빛났다. 그해 미국전은 WBC를 위한 대표적 예시로 남아 있다.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미국 또는 중남미 팀들과 경기에서 힘의 대결로 승산을 높이긴 쉽지 않다. 결국 차별점을 만드는 것은 경기 준비의 정밀함이다. 이번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17년 만의 미국 본선 라운드 진출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