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계단 아래 논리그 팀 반란…맥클스필드, 디펜딩챔프 꺾고 FA컵 117년만에 새역사

입력 : 2026.01.11 08:32 수정 : 2026.01.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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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클스필드 타운의 조시 케이가 10일 잉글랜드 맥클스필드 리싱닷컴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 맥클스필드 타운-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승리한 뒤 그라운드로 내려온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

맥클스필드 타운의 조시 케이가 10일 잉글랜드 맥클스필드 리싱닷컴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 맥클스필드 타운-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승리한 뒤 그라운드로 내려온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

사라졌다가 부활한 무명 클럽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디펜딩 챔피언을 쓰러뜨리는 기적을 썼다.

논리그 소속 6부리그 맥클스필드는 10일 FA컵 3라운드(64강)에서 대회 우승팀 크리스털 팰리스를 2-1로 꺾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잉글랜드 축구 최상위인 프리미어리그 팀이다. 논리그는 5부 이하 리그다. 두 팀 간 격차는 무려 117계단이다. 가디언은 “맥클스필드는 ‘자본의 차이’를 ‘의지의 밀도’로 덮어버렸다”고 전했다.

맥클스필드 타운은 반복된 승점 삭감과 재정 악화 끝에 2020년 파산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구단의 설명은 마치 ‘묘비명(맥클스필드 타운 FC 1874-2020)처럼 남아 있다. 무너진 자리에는 ‘피닉스 클럽’이 세워졌다. 2020년 재창단한 맥클스필드 FC는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선 셈이다.

구단 부활을 주도한 인물은 지역 사업가 롭 스메서스트였다. 그는 모스 로즈의 설비를 매물 사이트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사들였고, 이후 약 400만 파운드를 투입하며 클럽을 되살렸다. 핵심 장치는 인조잔디였다. 그라운드는 지역민이 평일에도 사용하고 훈련과 경기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수익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클럽은 체육시설, 바(라운지) 등을 갖추며 경기장을 ‘지역 커뮤니티의 사교 공간’으로 재편했고, 팬들은 다시 런던 로드로 돌아왔다.

부활을 대중에게 알린 얼굴은 방송 해설가 출신 로비 새비지였다. 스메서스트의 가까운 친구인 새비지는 5년 동안 구단 ‘프런트맨이자 하이프맨’ 역할을 맡았다. 새비지는 지난 시즌 감독으로 팀을 승격시켜 내셔널리그까지 끌어올렸다.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존 루니다. 웨인 루니의 동생이자 맥클스필드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이날 웨인 루니는 동생이 만들어낸 ‘역사’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매클스필드 선수들은 ‘파트타임’ 선수들이다. 팀 내 최다 득점자 대니 엘리엇은 축구 선수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경영 중이다. 수비수 루이스 펜섬은 체육관을 운영하며 샘 히스콧은 학교에서 일한다. 루크 더피와 도슨은 파트타임 코치로 생계를 이어간다.

맥클스필드 타운의 존 루니 감독(왼쪽)이 10일 맥클스필드 리싱닷컴 스타디움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 앞서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스타이자 친형인 웨인 루니와 인터뷰하고 있다. AFP

맥클스필드 타운의 존 루니 감독(왼쪽)이 10일 맥클스필드 리싱닷컴 스타디움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 앞서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스타이자 친형인 웨인 루니와 인터뷰하고 있다. AFP

맥클스필드는 지난해 12월16일 21세 이선 맥클라우드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베드퍼드 타운 원정 경기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존 루니 감독과 스메서스트는 승리를 맥클라우드에게 바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맥클스필드는 전반 종료 2분 전 주장 폴 도슨이 프리킥 상황에서 헤더로 선제골을 넣었다. 팰리스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은 하프타임에 3명을 동시에 교체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중반 맥클스필드의 아이작 버클리-리케츠가 혼전 상황에서 추가골을 밀어 넣으며 2-0을 만들었다. 팰리스는 후반 종료 직전 만회골을 넣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FA컵 디펜딩 챔피언이 논리그 팀에게 패한 것은 1909년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1909년 ‘논리그’로서 우승팀을 꺾은 팀이 바로 크리스털 팰리스였다.

가디언은 “축구가 아직도 사람들의 게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라고 평가했다. 맥클스필드는 노동자 계층 분위기가 남은 소도시다. 가디언은 “맥클스필드는 멸망했다가 부활했고, 부활은 곧 역사적 승리로 연결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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