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기차·팀버스까지 프리미어리그 원정 ‘전쟁’…“운영은 작아 보이지만 성공을 만드는 중요한 조각”

입력 : 2026.01.11 08:46 수정 : 2026.01.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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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빌라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애스턴 빌라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승부는 경기장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90분을 뛰기 전 누군가는 이미 ‘한 차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10일 “비행기 좌석 배치부터 숙소, 경찰 협조, 식사 준비, 경기장 동선까지 단 한 번의 작은 사고가 팀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운영·이동·안전’의 세계”라며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원정 경기에 앞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자세하게 다뤘다.

애스턴 빌라에서 6년 동안 1군 운영총괄을 맡았던 맷 베넷은 “때로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일을 한다. 60~100명이 이동하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결국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베넷은 2017년 헐 시티에서 선수 지원 담당자로 축구계에 들어왔다. 당시 지역 학교에서 스페인어·독일어 교사로 일한 그는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고 도전했고, 미네소타 유나이티드(MLS)를 거쳐 애스턴 빌라에 들어갔다. 베넷은 “승격 직후 빌라의 운영 부문에는 공백이 있었다. 팀과 함께 이동하며 책임지고 총괄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너십을 갖고 끌고 가는 사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임무는 선수들이 오직 경기력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활·이동·준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잡음과 변수들을 운영팀이 흡수해야 했다. 베넷은 “나는 프리시즌 투어, 훈련캠프, 경기 운영, 가족·지인 티켓, 이동수단 예약 등에 집중했다”며 “주거·차량·은행·자녀 학교 등 일상 물류는 별도 지원 담당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어리그 원정은 일정이 규칙적이고 루틴이 축적돼 있다. 반면, 유럽 대항전 원정은 전혀 다른 차원 업무로 확장된다. 상대 도시 치안, 이동 동선, 경기장 접근로, 호텔 시설, 식단 제공까지 모두 새로 점검해야 한다. 베넷은 “유럽 원정은 훨씬 더 많은 계획이 필요했다. 현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최대한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넷은 “대략 6주 전부터 준비를 본격화했다”며 “케이터링, 보안, 티켓, 전체 운영, 경기 당일 보안 등을 점검하는 팀을 별도로 파견했다. 경찰과 함께 움직이며 선수와 팬에게 안전한 환경인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감독의 취향이 운영 동선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베넷은 “어떤 감독은 경기장 근처에서 자길 원하고, 어떤 감독은 더 좋은 호텔을 택하되 조금 멀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우나이 에메리는 항상 경기장과 최대한 가까운 숙소를 선호했다”고 전했다. 감독과의 관계가 단순한 보고 체계로는 굴러가지 않는다. 서로를 완전히 신뢰해야만 ‘큰 사고 없는 운영’이 가능하다. 베넷은 “가장 중요한 건 관계”라며 “감독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배우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행 지연, 일정 변경, 안전 위험, 현지 변수 등 ‘나쁜 뉴스’가 대부분이다. 베넷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메리는 축구에 매우 열정적이고 승리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요구 수준이 높지만, 우리에게 비정상적인 것을 요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빌라 운영팀이 떠올린 ‘이동의 표준’은 영양·식단까지 포함됐다. 베넷은 “빌라에는 팀 버스에 셰프가 동행해 경기 후 선수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준비한다”며 “교통과 숙소뿐 아니라 영양 부서와의 협업도 운영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베넷은 결국 빌라를 떠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아인으로 향했다. 그는 “알아인은 내가 더 큰 통제권을 갖고 문화를 새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백지 상태에서 유럽 기준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베넷은 알아인에서 킷 매니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선수 케어 지원 확대 등 전문 인력을 확충했고, 헐 시티 시절 함께했던 의사 마크 월러를 메디컬 수장으로 데려오는 등 ‘운영의 기둥’을 재정비했다. 그는 “유럽 최고 레벨 경험(특히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는 스태프들이 합류하면 기준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베넷은 “사람들은 선수 케어와 운영을 분리해 생각하지만, 사실 이건 경기력과 연결된 직무”라며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완전히 지원받으면, 경기장 안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운영은 작아 보이지만 성공을 만드는 중요한 조각”이라고 자평했다. 디애슬레틱은 “프리미어리그 전쟁은 90분이 아니다. 비행기·기차·버스 안에서 이미 시작된다”며 “보이지 않는 시간표를 설계하는 이들이 있을 때 스타 선수의 발끝은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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