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두산 안재석, 박지훈, 박찬호, 박치국, 오명진. 두산베어스 제공
프로야구 비시즌 고참 선수들이 주최하는 일명 ‘미니캠프’가 올해도 곳곳에서 진행된다.
새해 구단별 스프링캠프는 1월 중하순 시작된다. 그전까지 선수들은 각자 야구장이나 사설 훈련장을 찾아 몸을 만들지만 날이 추워 실내 훈련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해외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해 야외 훈련을 진행한다.
하지만 개인 훈련은 사비로 부담해야 하는 만큼 연봉이 낮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고참 선수들이 후배들의 체류비를 지원하며 성장을 도울 겸 함께 훈련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SSG 김광현은 4년째 미니캠프를 이끌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갔다가 2022년 KBO에 복귀한 김광현은 2022시즌이 끝난 뒤 후배들을 데리고 처음 미니캠프를 떠났고 이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김광현이 ‘KK 미니캠프’라고 명명한 이 훈련에서 입을 후드티를 직접 주문제작하는 등 큰 애정을 쏟는 모습이 구단 공식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는 이로운, 김건우, 전영준, 김택형, 박시후, 정동윤, 이기순 등 젊은 투수들을 데리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니캠프에서 고참 선수들은 재정적 지원의 차원을 넘어서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그야말로 모든 것을 나눈다. 이로운의 경우 1년 전 미니캠프에서 김광현으로부터 슬라이더를 배워왔다. 이로운은 2025시즌 중 “비시즌 기간 광현 선배님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슬라이더를 배운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했고 1점대 평균자책으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첫 FA 계약을 맺은 두산 이영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동료들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NPB 요미우리의 투수 토고 쇼세이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이 차린 미니캠프에 이영하가 후배들과 합류해 훈련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김민규, 박신지, 박웅과 참가한 이영하는 올해도 박신지, 박웅을 데리고 떠났다.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박찬호는 두산과 KIA 후배들을 데리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이다. KIA에 있을 때 선배 김선빈과 제주, 오키나와에서 동계 개인 훈련을 진행한 박찬호는 팀을 옮긴 이번 겨울에는 FA 계약 뒤 자신이 최고참이 되어 후배들과 출국했다. 새 시즌 치열한 주전 경쟁에 나설 두산 오명진, 박지훈, 안재석을 비롯해 투수 박치국이 함께 한다. KIA의 절친한 후배 박민과 박정우도 합류했다.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올해 다 같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 이 캠프는 성공”이라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베풀고 후배들은 자신이 받은 도움을 나중에 대물림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이영하는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나이다.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서 내년엔 더 많은 후배와 일본에 오고 싶다”, 박찬호는 “두산 내야가 탄탄해지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오명진은 “나중에 나도 훌륭한 선수가 되면 후배들을 데리고 이런 동계 훈련을 챙기고 싶다”고 말했다.
팀 훈련을 앞두고 선배가 만드는 미니캠프는 꽤 많다. 류현진(한화), 최형우(삼성), 김선빈(KIA) 등 대형 선수들이 대표적인 ‘캠프 주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평소 시즌 중에는 어린 선수들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가 쉽지 않다. 선배가 솔선수범해서 후배를 챙기는 것이 팀워크 차원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고 구단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캠프에 다녀온 어린 선수들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는 선후배가 모여 운동하는 게 효율이 더 높다. 선배가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다 보니 후배들도 더 긴장감을 갖고 열심히 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