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선수들이 11일 사이판 올레아이 구장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사이판 | 심진용 기자
사이판에 ‘러닝 크루’가 떴다.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사이판에서 시작한 1차 전지훈련에서는 첫 날부터 벌써 두 팀이 해변을 달렸다. 섭씨 32도가 넘는 땡볕 더위보다 선수들의 열정이 더 뜨겁다.
지난 9일 현지에 도착해 10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대표팀의 일과는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한다. 호텔에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훈련장인 올레아이 구장에 선수단이 도착하는 것은 오전 9시40분이다. 투수 조와 야수 조를 나눠 격일로 번갈아며 1시간씩 간격을 두고 구장에 모인다. 올레아이 구장에 설치된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선수단 모두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에 이어 투수 조는 캐치볼, 야수 조는 토스 배팅 등을 위주로 첫 턴 훈련을 진행 중이다. 3시간 정도 훈련하면 낮 12시30분 쯤 오전 일정이 끝났다. 무더위에서 무리하게 야외 훈련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팀 훈련이 끝나도 선수들의 일과까지 끝나는 건 아니다. 감독·코치가 지시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먼저 움직인다. 그런 선수들만 대표팀에 모였다.
“숙소 앞 해변 한 번 뛸까”
박해민 뛰자 LG 선수 줄줄이
구자욱에 노시환 합류하니
삼성·한화 연합팀 결성
‘WBC 명예회복’ 열정 똘똘
시키지 않아도 훈련 삼매경
대표팀에 ‘러닝 크루’가 벌써 두 팀이나 생겼다. 야수조 최고참 박해민이 움직였다. LG 후배인 홍창기, 신민재, 문보경 등과 팀을 꾸렸다. 박해민은 훈련 첫날인 10일 “숙소 바깥에 나가보니까 바로 앞에 해변이 쫙 깔려 있더라. 운동도 하고, 몸도 만들겸 끝까지 한번 뛰어갔다가 오면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베테랑 구자욱도 나섰다. “나는 이제 매일 해변을 뛰겠다”고 선언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들도 뭉쳤다. 훈련 이틀째를 맞은 11일, 노시환은 “(구)자욱이 형이 먼저 뛰겠다고 해서 저도 몸 관리도 하고 운동도 할 겸 같이 뛰겠다고 했다. (류)현진 선배님이 합류하셨고, (원)태인이와 (문)동주도 같이 뛰었다. 오늘 오후에는 (최)재훈 선배님과 (문)현빈이도 함께 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쩌다보니 삼성·한화 연합이 됐다”고 웃었다.
누구 하나 나서면 다른 선수가 뒤따르고, 더 많은 선수가 가세하는 ‘선순환’이다. 다른 선수들도 저마다 루틴에 맞춰 개인 훈련을 이어가는 중이다.
야구대표팀은 앞서 WBC에서 2023년까지 최근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본선까지 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그만큼 크다. 사이판 멤버들은 “WBC 성적이 계속 좋지 않아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노시환은 “땀 쭉 흘리고 밥 맛있게 먹었다”고 첫 날 러닝을 돌아봤다. 이틀째부터는 코스를 바꾸기로 했다. 뛰어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게 있었다.
노시환은 “자욱이 형이 처음 그렸던 그림은 모래사장 쫙 달리고, 낭만 있게 걸어서 돌아오는 거였다. 그런데 막상 뛰어보니 모래사장이 비탈길이라 균형이 안맞더라”고 껄껄 웃었다. 경사진 길을 달리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양쪽 다리가 균형이 맞지 않고, 몸이 기울어지자 바로 코스를 바꿨다. 노시환은 “오늘부터는 그냥 호텔 앞 길을 따라 뛰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