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색’ 바꾼 한화·두산·KT, 가을 종착역도 바뀌나

입력 : 2026.01.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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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이 한화생명볼파크 실내훈련장에서 개인 타격훈련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선수들이 한화생명볼파크 실내훈련장에서 개인 타격훈련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해 말 스포츠경향 야구전문 유튜브 채널 ‘최강볼펜’에 출연한 김정준 LG 수석코치는 “팀컬러는 야구의 본질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기려는 방법을 만들어 갈 때 팀색깔도 생긴다. 팀을 움직이고, 구성원을 움직이게 하려면 자기만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를 오래 하신 분들일수록 그에 대한 철학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최강볼펜의 질문은 최근 프로야구 트렌드에 관한 것이었다. “프로야구가 인기 절정에 올라 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프로야구 팀마다의 색깔 차이는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김 코치는 나름의 생각을 밝혔다.

팀마다, 감독마다 갖고 있던 ‘OO야구’라는 브랜드는 부쩍 줄었다. 예컨대 2000년 중후반에 만해도 김성근 감독의 SK와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는 같은 야구 규칙 안에서 경쟁하고 있었을 뿐, 싸우는 방법과 철학은 완전히 달랐다. 그즈음, 김인식 감독의 한화는 믿음의 야구를 했고, 선동열 감독의 삼성은 철저한 투수 분업을 통한 지키는 야구를 했다.

김정준 코치는 이 대목에서 “지금은 지금의 ‘프로야구’를 하면서 그 부분은 취약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흥행이라는 경제적 개념이 더 깊이 개입된 ‘프로야구’에서 어쩌면 현장 수장의 철학과 의지만으로 색깔을 입힐 공간은 줄어들었다는 진단으로도 해석됐다.

은연중 당연시되고 있는 팀컬러 획일화 추세에 한번쯤 변화의 바람이 불 것 같다.

2026시즌은 자의든 타의든 직전 시즌과는 다른 방법으로 싸우려는 팀들이 여럿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2차례 통합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뛰는 야구’를 주제로 논란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해피엔딩으로 모든 과정을 승화시켰던 LG처럼 핸들을 급히 꺾어 경로를 바꾸고 있는 팀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최강 방패로 정규시즌 선두경쟁을 한 끝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가을을 보낸 한화는 10개구단을 리드할 만큼의 공격력을 갖추는 데 올인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팀평균자책 3.55로 1위, 팀선발자책도 3.51로 1위에 오르는 등 가장 안정적인 마운드 운용을 했다. 외국인투수 폰세와 와이스가 각각 180이닝 전후를 소화하면서도 평균자책 1.89와 2.87을 기록하며 선발진의 두 바퀴가 됐지만 시즌 뒤 모두 떠났다.

두산 김원형(왼쪽) 감독.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김원형(왼쪽) 감독. 두산 베어스 제공

한화 최강방패→닥공야구
리그 지배할 공격력 구성 올인

두산 ‘강한 리더십’ 선택
더그아웃 분위기까지 바꿔

KT 김현수·최원준 가세로
기동력·베테랑 효과 기대

올해 투수진 역시 변함 없는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예단할 수 없는 상태. 한화는 지난해 팀 OPS 0.730으로 5위권이던 공격력에 불을 붙이고 있다. FA 보상선수로 셋업맨 한승혁을 내주는 것을 감수하고 아직 다 긁지 못한 복권처럼 잠재력이 있어 보이는 강백호를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인타자 페라자를 2시즌 만에 유턴시킨 것도 같은 배경에서 진행했다. 새 라인업을 살펴보면 강타자들이 테이블세터진부터 배치되는 ‘닥공 야구’가 예상된다. 공격지표가 최소 3강 안으로 점프해야 한화 올시즌 팀컬러도 자리 잡을 수 있다.

두산은 ‘강한 리더십’을 다시 선택했다. 부드러움과 성실함으로 대변되는 전임 이승엽 감독의 팀 견인 동력과 신임 김원형 감독의 색깔은 더그아웃 뒤편 비공개 구역으로 갈수록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유격수 박찬호를 영입하고 김재환을 내준 두산은 선수 이동에 따른 물리적 변화보다 벤치와 선수들 사이 시선에 따른 화학적 변화가 더 클 수 있다.

김원형 감독은 두산이 2007년과 2008년 연이어 준우승 할 때 아픔을 안겼던 SK의 클럽하우스 리더이기도 했다. 두산의 이번 선택이 드러난 것보다 과감했던 이유다.

KT 김현수(왼쪽)와 최원준.  KT 위즈 제공

KT 김현수(왼쪽)와 최원준. KT 위즈 제공

KT 역시 안팎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FA 시장에서 치열할 영입전을 펼친 끝에 김현수와 최원준을 영입하며 보상선수로 필승조 카드 한승혁도 얻었다. 최원준은 2021년 KIA에서 174안타에 40도루를 기록하며 리드오프 외야수로 모범 기록을 남겼지만 상무 복무 이후 내림세를 탔다. 최원준이 2021시즌에 근접한 경기력을 보인다면 KT는 테이블세터진의 기동력 열세와 외야 뎁스 부족분을 단숨에 메울 수 있다. 이강철 KT 감독이 갈망하던 ‘작전 없이’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도 기대할 수 있다.

LG 클럽하우스 리더였던 김현수가 KT 베테랑으로는 어떤 역할을 할지도 화학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러 각도에서 KT 야구가 많이 바뀔 수도 있다.

여기에 김재환 영입으로, 투수의 팀에서 다시 홈런의 팀 재건을 꿈꾸는 SSG와 초호화 타선으로 리그를 지배할 준비를 하는 삼성, 상무서 전역한 이재원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빅볼’ 비중을 높이려는 LG 등도 변화 흐름을 타고 있다. 달라진 팀들로 인해 전과는 다른 시즌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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