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알론소 레알 마드리드 감독. 로이터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구단 레알 마드리드가 사비 알론소(44) 감독과 결별했다. 부임 8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구단은 13일 “상호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라고 발표했다.BBC는 “내부에서는 전술 갈등과 선수단 장악 실패,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불신이 누적된 끝에 사실상 예고된 결론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알론소는 레알의 전설이자 구단의 가치를 대표해온 인물이다. 레알은 언제나 그의 집”이라며 “그와 코칭스태프의 헌신에 감사하고 새로운 단계에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이번 결별은 스페인 슈퍼컵 결승전(바르셀로나전) 직후 상징적 장면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경기 뒤 바르셀로나가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레알이 통상 수행해온 ‘가드 오브 아너(우승팀 예우)’가 무산됐다. 당시 킬리안 음바페가 동료들에게 퇴장을 지시했고, 알론소 감독은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음바페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자 감독이 물러섰다. 현지에서는 “레알에서 감독은 팀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오래된 인식을 재확인시킨 장면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BBC는 결별 배경과 관련해 “알론소가 슈퍼컵 결승을 앞두고 음바페와 전술 문제로 강하게 다퉜다”고 전했다. 이어 13일에는 페레스 회장과도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 같은 날 오후 구단 수뇌부가 알론소의 거취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어 결별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길렘 발라게 BBC 칼럼니스트는 “명확한 방법론을 가진 감독과 본능에 의존하려는 선수들이 충돌했다”며 “알론소는 레버쿠젠에서 성공을 이끈 하이프레스·템포·포지셔널 플레이를 레알에 이식하려 했지만, 선수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권위가 깎였다”고 분석했다.
알론소의 성적 자체는 처참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는 레알에서 34경기를 지휘해 24승을 거뒀고 6패(4무)를 기록했다. 라리가에서는 바르셀로나에 승점 4가 뒤진 상황이었고, 챔피언스리그도 상위권(7위권)에 걸쳐 있었다. 코파 델 레이 역시 생존해 있었다. 모든 대회에서 아직 기회가 있는데 경질은 너무 성급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2월 셀타 비고에 충격적인 0-2 홈패를 당한 뒤 팀은 야유 속에 퇴장했고, 구단은 비상회의까지 열어 감독의 미래를 논의했다. 앞선 9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2-5로 대패한 경기는 구단 내부 신뢰를 크게 흔든 것으로 전해졌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등 강팀에 패하며 알론소의 리더십은 계속 시험대에 올랐다. 발라게는 “알론소는 부임 초기부터 혼자였다. 알론소는 클럽월드컵 이후 본격적으로 팀을 만들길 원했으나, 구단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전력 운영도 흔들렸다. 수비진은 부상으로 붕괴에 가까웠고, 알론소가 요청한 중원 보강(마르틴 수비멘디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마스탄투오노 영입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부진과 불만이 팀 분위기를 급격히 흔들었다. 엘클라시코에서 교체에 대한 공개 항의, 이후 관계 악화설이 이어졌고 재계약 협상도 잠정 중단됐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발라게는 “음바페는 기록을 좇았고(연간 득점 목표 등) 이는 팀 운영과 충돌했다”고 지적했다. 즉 레알의 ‘개인 브릴리언스(individual brilliance·팀 전술·조직보다, 일부 스타들의 재능으로 경기를 해결하는 것)’ 문화가 알론소의 ‘집단 전술’과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발라게는 “알론소 같은 레전드도 문화를 바꾸지 못했으니 다른 지도자가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