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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기본이 결코 아니다…한국 축구 현주소는 세계 30~40위권

입력 : 2026.01.1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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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2026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잡은 목표는 8강이다. 8강까지 가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좋은 성적이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동시에 과도한 목표 설정과 높은 기대는 헛된 희망, 맹목적인 분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한국은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통과국, 톱시드 중 그래도 해볼 만한 멕시코, 아프리카 국가 중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남아공과 한 조가 됐다. 한국은 조별리그 1, 2차전을 같은 장소에서 치른다. 반면 3번 포트 국가 남아공은 1차전은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에서 홈팀 멕시코와 싸운 뒤 2차전은 미국 애틀란타에서 소화하고, 다시 멕시코로 이동해 한국과 상대한다. 우리가 3번 포트에 속했다면 끔찍한 살인일정이 될 뻔했다. 한국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2위다. 평가전에서도 잘했고 월드컵 예선 등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낸 덕분에 포트 2에 들어가 강호를 피하며 좋은 일정을 받았다.

그런데 한국의 진짜 실력을 세계 22위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30위~40위권으로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상위권이고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도 보여줬다. 유럽, 남미에서는 대륙별로 중간 정도 전력을 갖춘 국가들이 평가전 또는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다. 그만큼 강호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FIFA 랭킹 22위는 상대적인 것일 뿐 절대적인 게 아니다. 때문에 FIFA 랭킹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도 전력은 한국못지 않은 팀들이 수두룩하다. 튀르키예(25위) 노르웨이(29위), 파라과이(39위) 등이 그렇다.

그렇다면 이 구조 속에서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가져야 할 ‘기본 목표’는 무엇인가. 답은 명확하다. 32강 진출(조별리그 통과)이다. 기본 중 기본이며 한국 실력에 맞는 현실적인 목표다. 이것도 못 한다면 홍명보 감독, 대한축구협회 모두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 조별리그에서 1승 이상을 거두면 조별리그를 통과해 32강에 갈 수 있다. 그런데 32강부터는 토너먼트다. 대진이 중요하다. 32강에서 브라질,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우승 후보를 만난다면 16강 진출이 힘들 수도 있다. 반면 32강 상대가 해볼 만한 상대라면 16강도 노려볼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인식을 거꾸로 가져왔다. 국민 기대치는 어느 순간부터 16강(32개국 체제)을 ‘기본값’으로 만들었다. 2002년 4강 기억, 2010년 성취, 2022년 드라마가 축적되면서 생긴 착시현상이다. 착시현상이 자연스럽게 현실 이상으로 목표를 끌어올렸다. 그래서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떨어지면 참사가 됐고 16강을 가도 ‘당연’하게 취급됐으며 16강에서 지면 비판을 받았다.

세계 30~40위권 팀이 월드컵에서 16강에 간다면 ‘목표 초과 달성’이다. 그건 한국 축구가 시스템으로 만든 게 아니라 선수단이 개인 힘으로 만든 업적이 될 것이다. 월드컵은 원래 쉽지 않다. 객관적인 전력을 넘어서는 성과를 요구해온 한국에게는 더욱 그랬다. 이제 우리는 월드컵 16강부터는 우리 실력을 넘어서는 성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월드컵 성적표에 대해 박수칠 수도, 비판할 수도 있다.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목표 설정과 기대는 헛된 희망만 키우고, 실패할 경우 맹목적인 비난만 초래하게 마련이다.

객관적으로 한국 축구 실력과 세계 축구판에서 한국 위치를 알아야 비로소 우리는 정확하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차분하게, 합리적으로, 침착하게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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