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KB-신한은행전이 심판 배정 오류로 경기가 30분 늦게 시작됐다.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에서 일어난 심판 배정 오류로 인한 30분 경기 지연 사태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총체적 행정 부실에 따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판 배정 누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두 말이 필요 없는 행정 참사다. 이후 대처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기 지연으로 이뤄졌고, WKBL 소속이 아닌 심판이 코트에 투입되는 일이 빚어졌다.
16일 오후 7시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청주 KB와 인천 신한은행의 BNK금융 2025-2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가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됐다. 심판이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었다.
WKBL은 오후 7시 9분에야 공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부득이하게 경기 시작 시간이 오후 7시 30분으로 변경됐다”고 알렸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시설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 WKBL 내부 ‘행정 과실’에 따른 참사였다. 농구 시작을 기다렸던 관중과 시청자들은 물론, 경기를 준비하는 양 구단과 선수들은 황당한 사태로 귀중한 시간을 날린 피해자가 됐다.
KB 강이슬이 16일 신한은행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WKBL 제공
이날 경기에 심판 배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연맹의 과실이다. 스포츠경향 취재 결과, WKBL은 심판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걸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까지 몰랐다. 심판 배정은 승부 조작 및 심판 매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는 최소한의 관계자만 알게 돼 있다. WKBL 경기운영본부 심판 관련 수뇌부에서 심판을 배정해 통보한다. 심판진이 경기 2시간 전 현장에 도착해 연맹에 보고해 경기를 준비한다.
그런데 오후 5시30분이 넘어 심판진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는데도, 김영만 경기운영본부장이나 김진수 심판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가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후 5시30분께 경기를 준비하는 연맹의 분석관이 심판이 보이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겨 WKBL 운영진 측에 전화로 알리면서 심판 부재 문제가 처음 드러났다.
그제서야 사태를 뒤늦게 안 WKBL은 부랴부랴 경기 개최 여부 및 대체 심판 투입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양 구단의 양해를 얻어 경기를 열기로 하면서 대체 심판을 찾기 시작했다. WKBL 소속 심판 중 시간 내 청주 이동이 가능한 1명 외에 2명은 대한농구협회 충북 지역 심판을 데려왔다. 대체 심판이 부랴부랴 경기장에 도착한 게 오후 7시 10분. 충북 지역 심판은 WKBL 경기를 맡아본 적이 없는 심판이었다.
WKBL 사과문
농구계에서는 이번 일을 WKBL 역대 최악의 행정 참사라고 지적한다. 한 농구계 인사는 “경기 시작 1시간 반 전까지 심판이 없다는 걸 알지 못한 것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닌 연맹 내부의 총체적 행정 부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WKBL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입장을 내고 “경기 운영에 차질을 빚은 점에 대해 팬과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번 사안을 중대한 문제로 보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 책임자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른 시일 내에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경기 지연 경위 및 후속 조치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