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부회장(코슬립수면의원 원장)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건강과 직결된다. 단 하루만 제대로 자지 못해도 다음 날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등으로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수면 장애 환자도 지난해 130만 명을 넘어섰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앞다퉈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위험한 질환이다. 주로 비만 환자에게서 나타나며 낮 동안 극심한 졸음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합병증이다. 수면 중 호흡이 끊기면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뇌와 심장은 큰 타격을 입는다. 이는 고혈압, 뇌졸중, 협심증 및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의 강자인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에 이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으며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릴리는 2025년 8월 19일, 식약처로부터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의 중등도 및 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OSA)을 치료하는 데 마운자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약물들은 체중 감량을 통해 기도를 압박하는 지방 조직을 줄여 수면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약물 치료가 기도의 구조적 환경을 개선하는 동안, 표준 치료법인 ‘양압기(CPAP) 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약물 치료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반면, 양압기는 수면 중 기도로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즉각 공급해 기도 폐쇄를 방지하고 뇌와 심장에 실시간으로 산소를 전달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부회장(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비만한 수면무호흡증 환자 중에서 양압기 치료를 하는 중에 마운자로를 처방받아서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 경우 기도의 압박이 해소되면서 양압기 치료에 필요한 적정 압력도 감소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약물을 통해 살을 빼면 양압기를 훨씬 편안한 압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치료 전체의 효율이 올라가는 셈이다.
환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치료의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수면무호흡증 진단의 표준인 ‘수면다원검사’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인 ‘양압기 치료’는 모두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병원에서 하룻밤 머물며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검사부터 이후 양압기 처방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누구나 비용 부담을 덜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신 원장은 “마운자로가 식약처 허가를 받으며 비만형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지만, 수면 중 발생하는 실시간 호흡 단절은 양압기로 즉각 대응해야 뇌와 심장에 가해지는 치명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전문적인 관리 시스템 하에 약물 치료와 양압기 치료를 병합하여 수면의 질을 높이고 심뇌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