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언한 ‘K리그 최고 NO.2 GK’ 조수혁
최근 은퇴를 선언한 조수혁(가운데)이 지난 15일 청주 용정축구공원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골키퍼 유망주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본인 제공
K리그 ‘No. 2’ 골키퍼로는 역대 최고라는 조수혁(39)이 최근 은퇴했다. 지난해 충북 청주FC에서 뛰었던 그는 새해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몸에는 문제가 없었다. 여전히 그를 원하는 팀들도 있었지만 더 나이들기 전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조수혁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선수로 더 뛰겠다는 욕심을 냈으면 어디서든 더 뛸 수 있겠지만, 1~2년 더 뛰는 것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었다. 언젠가 지도자에 뛰어든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조수혁은 2008년 FC서울에서 데뷔한 이래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 HD, 충북 청주에서 활약했지만 정규리그 첫 출전은 2015년에야 할 수 있었다. 18년이나 프로 선수로 뛰었지만 정규리그 출전 경력은 66경기에 불과하다. 팀당 1명만 출전할 수 있는 특수 포지션 골키퍼의 비애다. K리그에서 손꼽히는 골키퍼들이 그의 앞에 있었다. FC서울에선 역대 최고의 골키퍼라는 김병지, 김호준, 김용대가 버티고 있었고, 인천에는 권정혁과 유현이 있었다.
조수혁은 “어쩌다보니 입단 8년 차에 데뷔전을 치른 늦깎이 선수가 됐다. 정말 간절히 기다렸던 주전 자리였는데 10경기 만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겼다. 수술하고 복귀까지 9개월이 걸렸다”며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출전 기회가 주어진 게 기적이었다. 2017년 울산으로 옮긴 뒤에는 김승규와 조현우라는 당대 최고 골키퍼들과 경쟁해야 했다”고 말했다.
조수혁은 기회만 주어지면 선방쇼를 벌였다. 정규리그에서 1경기도 뛰지 못했던 2020년 울산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무패 우승을 안긴 것이 대표적이다. 9경기에서 6실점, 선방 27회를 기록하며 K리그 최고의 ‘No.2 골키퍼’라 극찬받았다. 조수혁은 “골키퍼로서 내 인생의 황금기가 그 때일 것”이라며 “다른 팀으로 떠났다면 주전으로 뛸 기회가 있었겠지만 날 원하는 울산에 계속 남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도자로 ‘제2 인생’ 지금이 적기
2020년 ACL 우승 가장 기억나
갈고 닦은 경험으로 후배 가르칠 것
언제나 골문 앞에서 최선을 다했던 조수혁은 이제 새로운 삶을 설계한다. 청주에서 어린 골키퍼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올해 연말로 예고된 골키퍼 라이선스(A급) 교육을 기다리고 있다.
조수혁은 “(김)병지 삼촌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김)호준형의 침착함, (김)용대형의 캐칭과 선방 등은 내가 모두 몸으로 익힌 것들”이라며 “(김)승규나 (조)현우가 갖고 있는 장점은 내가 따라갈 수 없어 공부만 해놨다. 이 모든 것들을 선수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라이벌들의 장점을 낱낱이 해부해 자신에게 적용하는 훈련을 해왔던 것을 선수들에게 가르치겠다는 얘기다.
조수혁은 벤치에서 고뇌한 시간이 거꾸로 선수를 가르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는 “경기에 뛰는 선수는 놔두면 알아서 잘 한다. 내가 코치를 맡는다면 못 뛰는 선수들을 도와야 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내가 잘 알기에 최고의 골키퍼 코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본격적인 도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는 팬들에게 최고의 골키퍼 코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