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원 변호사의 연예강력3반
최근 매니저들에 대한 갑질 및 갖가지 구설에 휩싸인 방송인 박나래. 그는 이번 논란으로 연예계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논란이 멈추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연예인과 전 매니저들 간의 단순한 갈등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리 처방, 특수상해, 직장 내 괴롭힘, 업무상횡령 등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유명 연예인이지만,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누가 더 잘못했느냐보다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는 것이다.
매니저들은 박나래가 이동 중인 차량 뒷좌석에서 같이 탄 남성과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을 원치 않게 보거나 들었다고 주장한다. 이 사안을 자극적으로 조명하는 매체도 일부 있지만, 우리는 매니저들이 ‘왜 하필 이 부분을 문제로 삼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니저에게 연예인의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업무 공간이다. 운전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전화를 받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모두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매니저들은 단지 불쾌함을 느꼈던 것이 아니라, 일하는 곳에서 자신들이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낀 것이다. 어쩌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는지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이 불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다소 기분이 상한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감내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초래할 만한 행위이거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한 경우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매니저들이 감내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느꼈는지는 수사나 소송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우리는 이들이 왜 이 부분을 문제로 삼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무자격자의 링거 시술이 관행처럼 이루어졌고, 박나래도 여기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있다. 연예인들이 위험한 ‘불법 시술’을 받는 이유는 프라이버시와 편의성 때문이다. 병원에 가기 힘든 바쁜 일정 속에서, 남의 눈을 피해 집으로 찾아오는 서비스는 달콤한 유혹이고, 링거 정도는 가벼운 ‘영양제’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 면허 없는 시술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이다. 물론 박나래가 단순히 무면허 의료행위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면 ‘주사 이모’와 함께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무자격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사 이모를 다른 연예인에게 소개하여 링거를 놓도록 하거나 적극적으로 홍보하였으면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번 일은 형사 처벌을 받는지가 핵심이 아닐 수 있다. 연예계 스스로 철저한 교육과 함께 위반시 엄중한 벌칙을 부과하여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제기된 문제는 업무상 횡령과 관련된 의혹이다. 박나래의 어머니가 기획사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연간 수천만 원의 급여를 받았고, 전 남자 친구에게도 회삿돈이 급여와 전세금 명목으로 지급되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일은 특히 1인 회사에서 자주 발생한다. ‘어차피 주주가 나 혼자니까 회삿돈도 내 돈이다’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에서 회사와 개인은 엄격히 구분되므로, 이런 행위들은 경우에 따라 탈세나 업무상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비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의료 행위를 한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는 박나래의 ‘주사이모’ A씨.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
급여 지급 행위가 업무상횡령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직원을 고용할 필요성이나 정당성이 명백히 없거나 지급되는 급여가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경우이어야 한다. 즉 지급된 돈이 외관상으로만 급여 명목으로 지급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회사 소유의 돈을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 처분한 것과 마찬가지여야 한다(대법원 2012도4848 판결).
향후 수사기관에서는, 박나래의 어머니나 전 남자 친구를 회사에서 고용할 필요성이나 정당성이 있었는지, 지급되는 급여가 합리적인 수준이었는지 등을 확인해서 업무상횡령죄 성립 여부를 결론지을 것이다. 업무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회사에 기여한 내용 및 정도, 업무의 내용 및 중요성 등이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회사들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없는지 한번 점검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박나래는 사태 초기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전 매니저들과의 만남을 시도했지만, 전 매니저 측은 “진정성 없는 형식적 조치였다”라고 반박했고, 오히려 논란은 확산했다. 이후 활동 중단과 맞고소 등 법적 대응으로 전환했다. 물론 법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대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년 이상 법조인으로 살아오면서, 세상은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법적 대응은 이성의 영역이다.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전 매니저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며 그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따지는 것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건의 결말은 수사기관, 경우에 따라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법의 결론이 언제나 문제해결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법무법인 LKB평산 정태원 대표 변호사
정태원 변호사는 검찰청 재직 시절 2023년 대검찰청 상반기 우수공판부장을 수상하고, 2010년 검찰업무유공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다. 현재는 LKB평산에서 대표 변호사로 다양한 형사 사건과 대형 사건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