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프리미어리그 AFC 본머스-토트넘 홋스퍼전에서 당시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경기 전 ‘레인보 레이스’ 캠페인 주장 완장을 착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는 2월 LGBTQ+ 포용 메시지를 담은 새 캠페인 ‘With Pride’를 출범한다. 리그는 그동안 ‘레인보 레이스’ 캠페인과 함께해왔으나, 앞으로는 선수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 대신 리그 차원의 노출과 인프라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22일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복수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새 캠페인은 과거와 달리 선수에게 직접적인 상징 착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주장단의 무지개·프라이드 완장 착용, 프라이드 워밍업 상의 착용, 무지개 레이스 착용 등은 더 이상 요청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전했다. 프리미어리그는 “개인의 선택을 둘러싼 논쟁이 캠페인의 본래 취지를 가리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그는 대신 캠페인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프라이드 테마 축구공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 중 선수들이 공 사용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해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제작 일정상 이번 시즌 적용은 어렵고, 다음 시즌부터 관련 ‘활성화 주간’에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레인보 레이스 장식이 돼 있는 프리미어리그 게이트. 게티이미지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과거 캠페인 기간 반복된 ‘문화전쟁’ 논란이 있다. 일부 선수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무지개 완장 착용을 거부하거나, 상징물에 개인 메시지를 적어 논쟁이 확산하면서 리그가 기대한 통합보다 분열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크리스털 팰리스 주장 마크 게히는 무지개 완장에 종교 문구를 적어 논란이 됐고, 입스위치 주장 샘 모르시는 무지개 완장 착용을 거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수비수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관련 상의를 착용하지 않자 팀은 “누군가만 드러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며 단체로 착용 계획을 철회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새 캠페인 기간에도 경기장 내 브랜딩을 강화한다. ‘활성화 주간’에는 LED 광고판, 전광판, 볼 받침대, 악수 보드 등에 프라이드 관련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개인의 가시성이 강조되던 ‘황금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자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려는 감독·선수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ith Pride’는 2월 6일부터 13일까지 두 차례 라운드에 걸쳐 진행된다. 해당 기간 모든 구단이 홈경기를 치르도록 구성해, 각 구단이 경기장에서 LGBTQ+ 서포터 그룹과 연계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리그는 메시지 노출뿐 아니라 지원 체계 강화도 병행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영국의 LGBTQ+ 전국 지원 전화인 스위치보드와 협력해 구단 내 ‘플레이어 케어’ 담당 인력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핫라인 홍보도 각 구단에서 병행할 예정이다. 또한 2월 캠페인 출범에 맞춰 각 구단 LGBTQ+ 팬이 참여하는 화보 촬영을 진행해 영국판 게이 타임즈에 게재하고, 퀴어 아티스트가 구단별 테마 아트워크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한편, 레인보 레이스 캠페인은 2013년 ‘게릴라 캠페인’에서 출발했고, 프리미어리그는 2017년 공식 파트너십을 맺어 2020년 재계약까지 이어오며 구단 코칭·리더십 프로그램과 유소년·아카데미까지 포괄한 자료 개발에 참여했다. LGBTQ+ 인권 단체들은 남자 스포츠 전반에서 참여와 관심이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FIFA가 유럽 국가들의 프라이드 완장 착용을 사실상 차단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