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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결빙’ 라운드 취소 위약금 받는 ‘하류’ 골프장

입력 : 2026.01.23 10:20 수정 : 2026.01.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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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그린.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눈내린 그린.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최근 한파가 이어지자 지인이 동반자들과 고민 끝에 이번 주말 골프 라운드를 취소했단다. 아침 영하 10도, 낮 영하 2도로 기온이 떨어지지라는 예보 속에 그린 결빙 가능성이 높고, 공이 제멋대로 굴러가면서 정상적인 퍼팅과 숏게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골프장은 라운드를 취소하면서 위약금을 요구했다. 지인은 많지 않지만 위약금을 냈지만 기분은 씁쓸했다.

‘그린이 얼면 정상적인 골프가 안되는데 위약금을 부과한다는 게 맞나.’

골프장은 나름대로 노력한다. 겨울 그린 위에 덮개를 씌워놓고 아침에 햇볕이 들 때 덮개를 걷어낸다. 그린이 완전히 딱딱하게 얼지 않아 플레이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다. 골프장은 라운드에 임박해 취소하면 손실도 커 골퍼가 위약금이 없는 기간에 미리 취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골퍼가 라운드 취소를 미루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든 가고 싶기 때문임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플레이 가능한 그린”이라는 표현에 객관적 기준이 거의 없다. 골프장이 말하는 ‘완전히 얼지 않았다’, ‘칠만하다’는 설명은 정성적 판단에 불과하다. 그린 결빙 정도가 어느 수준이면 경기 성립이 가능한지, 공이 어떻게 구르는 게 정상적인 범주인지 등에 대한 객관적 규정이 없거나 미흡하다. 결국 골프장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골퍼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손실이 크다”는 사정도 이해하지만 사실상 천재지변인 상황에서 위약금 요구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비나 눈이 내릴 경우에는 라운드 취소를 위약금 없이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 비 때문에 그린이 기능을 못 하면 플레이 불가다. 눈 때문에 라인이 보이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그린 결빙으로, 페어웨이 결빙으로 공이 멋대로 굴러가는 상황 역시 경기 불가가 아닐까. 현상만 다를 뿐, 라운드가 정상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일하다.

겨울 골프 사진.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겨울 골프 사진.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일부 골프장은 “당일 와서 확인한 뒤 취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말한다. 이 역시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골퍼는 이동 시간과 비용을 이미 지불한 상태에서 골프장에 도착한다. 도착한 뒤에는 심리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압박을 받는다. 물론 웬만하면 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취소 결정이 어려워지고, 라운드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 골프장은 그 정도 날씨에도 라운드를 보장할 정도로 그린 관리에 자신있다”, “혹한 속에서는 잔디도, 사람도 보호해야한다. 기꺼이 취소해드리겠다”고 말하는 골프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상류’와 ‘하류’ 골프장을 가르는 건 사실 시설보다는 골퍼과 골프에 대한 골프장 태도다. 골퍼들의 심리적인 골프장 등급은 클럽하우스 크기나 라커룸 대리석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린이 얼었는데도 “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곳, 천재지변 영역을 소비자 책임으로 돌리는 곳은 시설이 아무리 화려해도 하류다. 시설이 낡아도, 골프 성립 조건을 존중하고 골퍼의 불확실성을 함께 부담하는 곳은 멋이 있는 상류 골프장이다. 주말 골퍼들이 진짜 원하는 건 거대한 분수도, 비싼 샹들리에도 아니다. 골프에 진심이고 골퍼를 사랑하는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고 싶을 뿐이다. 얼어붙은 그린 위에서는 골프를 할 수 없기에 팔아서도 안 된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내놓고 주문했으니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식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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