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성 한국 U-23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베트남축구협회 페이스북 캡처
한국 축구 역사에 뼈아픈 치욕이 새겨졌다.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졸전 끝에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에 덜미가 잡혔다. 그야말로 ‘제다 참사’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연장 전후반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6-7로 패했다.
일본과 준결승에서도 답답한 경기 끝에 0-1로 패했던 한국은 3·4위전에서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다만 승부차기는 공식 기록이 무승부이기에 이번 경기는 역대 U-23 대표팀의 베트남전 첫 패가 아닌 무승부가 됐다. 하지만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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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홈페이지 캡처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많은 우려를 받아왔던 한국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도현(강원), 정재상(대구), 정승배(수원FC)가 스리톱을 구축했고 배현서(서울), 김동진(포항), 정지훈(광주)이 중원을 지켰다. 포백은 장석환(수원), 조현태(강원), 신민하(강원), 강민준(포항)이 꾸렸다. 골키퍼 장갑은 황재윤(수원FC)이 꼈다.
한국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서며 주도권을 쥐고 갔다. 하지만 선수 전원이 똘똘 뭉쳐 수비하는 베트남의 빈틈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전반 27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은 강민준이 베트남 수비가 떨어져 있는 틈을 타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베트남 골키퍼 카오 빈 번의 선방에 막혔다.
김상식 베트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히려 전반 30분, 잠깐의 틈을 허용했다가 뼈아픈 실점을 허용했다. 베트남 진영에서 패스가 끊겼고, 이를 놓치지 않은 베트남이 재빠르게 역습으로 전개했다. 이어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응우옌 딘 박이 골문 앞에 있던 응우옌 꺽 비엣에게 패스를 건넸고, 꺽 비엣이 강한 왼발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다급해진 한국은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전반 34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딘 박이 공을 걷어내려다 정승배와 충돌했는데, 비디오판독(VAR) 끝에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을 결국 0-1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강성진(수원), 이현용(수원FC), 이찬욱(김천) 등 3명을 한꺼번에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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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을 끌어내린 베트남을 상대로 더욱 공격의 고삐를 당긴 한국은 계속해서 베트남의 골문을 두들겼으나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러다 후반 24분, 결국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은 김태원(포르티모넨스)이 바깥쪽으로 공을 가지고 나오더니 기습적으로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고, 이게 베트남 골문 구석에 꽂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국은 곧바로 실점을 내주며 다시 끌려가기 시작했다. 후반 26분 베트남이 페널티박스 바깥쪽 가까운 곳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그리고 키커로 나선 딘 박이 한국 골문을 다시 한 번 흔들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다시 골을 넣기 위해 베트남을 계속해서 두들겼다. 후반 30분에는 강성진이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이후 시도한 슈팅들도 모조리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AFC 홈페이지 캡처
그렇게 경기 후반부에 접어든 시점에서 중요한 변수가 찾아왔다. 후반 41분 딘 박이 중원에서 거친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해 한국이 수적 우위를 점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베트남의 단단한 수비를 좀처럼 깨부수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베트남 선수가 공에 머리를 갖다댔다가 골대를 맞고 나오며 자책골이 될 뻔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결국 한국이 골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종료 1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신민하가 왼발 터닝슛을 날렸고, 이게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한국은 연장전 들어 수적우위의 이점을 업고 계속해서 베트남을 밀어붙였다. 연장 전반 6분 신민하의 헤더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2분 뒤 김태원의 헤더 역시 골키퍼에게 막혔다. 연장 전반 11분에도 김태원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에게 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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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득점 없이 연장 전반을 마친 한국은 연장 후반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연장 후반 시작과 함께 이현용의 헤더가 골대 옆을 살짝 비껴갔으며, 연장 후반 11분 김태원의 슈팅도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계속해서 무의미한 크로스가 이어졌고, 결국 연장 후반에도 골이 나오지 않으며 끝내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 양팀 모두 1~6번 키커들이 깔끔하게 성공시킨 가운데, 승부는 결국 7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한국의 7번째 키커 배현서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혔고, 베트남의 7번째 키커 응우옌 탄 난이 킥을 성공시키며 승부가 끝났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3, 4위 결정전 베트남과 승부차기 패한 후 실망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