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2026 월드컵 관련 발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으로부터 기념 티켓을 전달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4개월여 앞두고,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동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숙박 비용 부담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호텔 요금 급등에 이어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 플랫폼 역시 가격 상승과 예약 불안정 문제로 여행객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5일 전했다.
대회 조 추첨 직후부터 티켓 가격과 숙박 요금은 동반 상승했다. 2026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열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로, 이미 “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인근 호텔의 경우 결승전 주말 1박 요금이 4500달러(약 657만원)를 넘어서며, 평시 대비 20배 이상 뛰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에어비앤비, 브르보(Vrbo), 부킹닷컴 등 단기 숙박 플랫폼이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천문학적 가격과 예약 취소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뉴저지 쇼트힐스의 한 7개 베드룸 주택은 결승전 주말 3박 요금이 3만4000달러(약 4965만원) 이상으로 책정됐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조별리그 일정에 맞춰 단기 임대 수요가 120% 이상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터 플랫폼 에어디앤에이(Airdna)에 따르면, 조 추첨 이후 개최 도시 전반에서 단기 임대 검색량이 급증했다.
에어비앤비 북미 정책 전략 담당자인 네이선 로트먼은 “세대에 한 번 있을 대규모 이벤트”라며 “도시들이 숙박 수용 능력을 시험받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일부 숙소가 1박 500달러 이하로 제공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체감 비용은 팬들마다 크게 다르다.
에어비앤비는 2025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월드컵 기간 숙박 수요 흡수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월드컵 기간 약 210만 명의 팬이 이동하고, 이 중 23만 명 이상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북미 전역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한 소비는 약 12억 달러, 호스트 수익은 2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각 도시의 규제는 여전히 변수다. 뉴욕시는 단기 임대를 사실상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호텔 노동조합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새로 취임한 뉴욕 시장 역시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로 인해 “뉴욕의 손실이 뉴저지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규제 논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에서는 무허가 관광용 단기 임대를 이유로 에어비앤비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는 등, 주거비 상승을 둘러싼 사회적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가격뿐 아니라 예약 안정성이다. 조 추첨 직후 일부 호스트들이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더 높은 가격으로 재등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만이 확산됐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 취소에 대한 벌금과 재등록 제한 등 제재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이용자 피해는 계속 보고되고 있다. 영국에서 온 팬 존 시어는 “조 추첨 다음 날 ‘소프트웨어 오류’를 이유로 예약이 취소됐다”며 “결국 같은 숙소가 두세 배 가격으로 다시 올라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예약 취소 뒤 대체 숙소를 찾는 과정에서 수백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호스트 취소는 드물며, 정책 강화 이후 취소율이 30%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가격 급등과 취소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숙박 시장의 불안정성도 대회 종료 시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티켓, 항공권, 주차비에 이어 숙소 문제까지 겹치며,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팬들에게 비용과 인내를 동시에 요구하는 대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