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금메달을 딴 이마네 칼리프. 신화통신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 이마네 칼리프(27·알제리)가 자신을 둘러싼 성별 논란과 정치적 공방에 대해 처음으로 폭넓은 입장을 밝혔다.
칼리프는 4일 CNN을 통해 “나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여성으로서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며, 정치적 의제에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 이후 약 1년간 미국과 유럽 정치권 일부 인사들로부터 지속적인 공격과 검증 요구에 시달려 왔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칼리프의 올림픽 우승을 언급하며 여성 스포츠에서 특정 선수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칼리프를 “남성 복서”라고 반복적으로 지칭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칼리프는 “나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며 여성으로 태어났다”며 “정치적 의제를 위해 나를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논란이 격화되는 동안 “평온을 지키기 위해” 침묵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논쟁은 국제 스포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성 종목 출전 자격을 둘러싼 규정 강화를 검토 중이며, 새 IOC 위원장인 커스티 코번트리는 ‘여성 카테고리 보호’를 명분으로 유전자 검사 도입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IOC는 과거 이러한 검사 방식을 “선수에게 해로운 관행”이라며 폐지한 바 있다.
칼리프는 IOC가 요구한다면 검사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요구되는 모든 절차를 따를 준비가 돼 있다”며 “다만 이는 IOC의 권한 아래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또 다른 여성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제복싱연맹 산하 단체인 월드 복싱은 지난해 성인 복서 전원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며 칼리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이 결정은 칼리프가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고서가 온라인에 유포된 이후 내려졌다. 칼리프는 해당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조작됐다”고 반박했다. 월드 복싱은 이후 칼리프의 실명을 언급한 것을 사과했지만, 칼리프는 “이미 또 다른 공격과 혐오 캠페인을 촉발했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정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진 철수했으며, 아직 공식 대회에 복귀하지 않았다.
현재 칼리프는 국제 스포츠 분쟁 해결 기구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 상태다. 그는 “정의가 내 편이라는 것을 알기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칼리프는 자신이 ‘더 큰 문제의 일부’가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권리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트랜스젠더가 아닌 선수들까지도 신체적 특성 때문에 의심과 검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칼리프는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편이지만,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이미 오래 전부터 수치를 관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싱은 테스토스테론이 아니라 지능, 경험, 규율의 스포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