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에서 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지금의 배우 ‘최우식’을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봉준호 감독의 2019년 영화 ‘기생충’을 빼놓을 수 없다. 칸영화제와 아카데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던 작품은 최우식 연기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최우식의 2014년 출연작 ‘거인’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다. ‘거인’을 본 봉준호 감독이 최우식을 ‘옥자’와 ‘기생충’에 잇달아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최우식은 12년 만에 ‘거인’의 김태용 감독과 함께 새 작품을 했다. ‘거인’이 ‘기생충’으로 이어졌지만, 또 ‘기생충’이 없었다면 지금의 영화 ‘넘버원’은 나오지 않았다. 11일 개봉하는 김태용 감독의 ‘넘버원’은 다분히 배우 최우식, 장혜진의 연기에 많은 부분을 기대는 작품이다. 따라서 최우식이 ‘기생충’으로 이름을 높이지 않았다면, 쉽지 않을 프로젝트였을지도 모른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에서 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거인’으로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받았어요.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장르적으로도 액션이 유행이지 않나 싶고 요즘 한국영화가 어려워서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거인’ 때도 사실 두세 번은 거절했고, ‘넘버원’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이유는 내용이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암울한 줄거리의 ‘거인’은 촬영 후 최우식이 한동안 우울감에 빠졌을 정도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한층 따뜻해진 가족극인 ‘넘버원’은 ‘거인’의 좋았던 느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또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마음 때문에 슬픈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최우식은 ‘좋은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에서 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 출연장면.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슬픈 이야기지만 막상 슬프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유쾌하고 통통 튀는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이 이를 살리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죠. 감독님도 말장난을 좋아하셔서 그런 분위기가 있었고, 어머니 역할을 하신 장혜진 선배님의 존재도 컸어요. 너무 뻔하고, 슬픈 모자가 아닌 조금 반대의 감정을 가지니까 오히려 현실적인 것 같았어요. 우리 모두 감정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좀 둘러가는 면이 있잖아요.”
장혜진과 최우식은 ‘기생충’에 이어 다시 모자 연기를 했다. 당시 충숙과 기우 역을 연기했던 둘은 많은 사람들 사이의 연기 즉 ‘앙상블’로 움직였다. 이미 그때 많이 친해져 있었기에 따로 어울려야 하는 시간은 없었고, 이번에는 오히려 서로의 연기에 탄복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장혜진은 팔자의 시련 속에서도 귀엽고 통통 튀는 엄마로 올라섰고, 최우식 역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지극한 마음이 있는 아들 하민을 연기하게 됐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에서 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오른쪽) 출연장면.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이번에도 고등학생 연기를 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고등학생 연기가 ‘넘버원’이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실제 찍다 보니 고등학생 친구들과 함께 연기하게 되는데, 이제는 몰입이 깨지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빨리 성인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어린 연기를 하면 좋더라고요. 앞으로 몇 번을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하민 역을 하기 위한 여러 ‘기술적인’ 단련의 시간도 있었다. 서울에 나고 자라 캐나다에도 살았던 최우식은 부산 사투리를 공부했고, 막바지 설정 때문에 약간의 체중 감량을 하기도 했다. 엄마를 지키려는 감정선에 대한 유지도 중요했지만, 결국 이번 영화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에서 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왼쪽) 출연장면.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일을 하다 보면 운명처럼 아무리 노력을 해도 무언가가 안 맞아서 소통이 안 될 때가 있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어요. 운명적으로 좋은 사람들이었고, 안 맞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제가 ‘거인’ 김태용 감독님 말고도, ‘원더랜드’라는 작품으로 다른 김태용 감독님과도 작업을 해봤거든요. 두 분 다 같은 성함이셔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배우와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거인’으로 이름을 알렸던 최우식은 ‘호구의 사랑’이나 ‘쌈, 마이웨이’ 등의 작품을 통해 어리숙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랑의 모습도 보이고, 반대로 영화 ‘부산행’ ‘옥자’ ‘마녀’ 등을 통해 영화에서는 다채로운 모습을 표현했다. 실제 집에서도 조금 늦둥이기도 한 그는, 귀여움을 많이 받은 눈치였다. 부모님은 그가 연기를 통해 고생하는 모습보다는 예능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더 좋아하신다. 그래서 그는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예능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 더 보이기도 했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에서 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저는 딸 같은 아들인 것 같아요. 감정 교류는 잘했던 편이지만, 막상 밥을 해드리거나 그러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부모님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여러가지로 했습니다. 촬영 때는 부모님을 잘 뵙지 못해서 밥을 정성 들여 해드린 적은 없는데, 잊기 전에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작품 안에서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도록, 조금 더 방방 대고 웃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