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강력3반

세금 둘러싼 허탈감, 차은우 사건 어디쯤에 있을까

입력 : 2026.02.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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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원 변호사의 연예강력3반

국세청으로부터 200억원대 추징금 통보를 받은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세청으로부터 200억원대 추징금 통보를 받은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국세청으로부터 약 200억 원에 달하는 세금 추징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람들의 반응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으로 번졌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서, 세금은 왜 덜 내려 했을까?”

“성실하게 세금 내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 아닌가?”

이런 반응은 한 연예인을 향한 일시적 질타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조세 제도에서 느끼는 피로감과 불공정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차은우가 자신의 수익 일부를 본인이 100% 지분을 가진 법인 ‘디애니’를 통해 정산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이 법인을 실질 없이 껍데기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간주했다. 실제 업무 내용은 희박했고, 사업자 등록 주소는 장어집으로 되어 있었다. 이러한 정황은 과세당국이 법인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런 구조만으로 형사처벌이 곧바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금 문제는 단순히 ‘냈느냐, 안 냈느냐’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의 정도에 따라 ‘절세’, ‘세법 위반’, ‘조세포탈’이라는 세 단계로 구분된다. 차은우 사건이 이 셋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우선, 절세는 합법이다. 법이 허용한 방식과 구조를 활용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예를 들어, 가족이 실제 법인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합당한 급여를 받았다면 이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액공제, 소득 분산, 법인 설계 등을 통한 절세 전략은 많은 기업과 전문가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국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경향신문 AI 생성 이미지

경향신문 AI 생성 이미지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인 ‘세법 위반’ 영역이다. 형식상 요건은 갖췄지만, 실질이 부족하거나 세법상 제한을 위반한 경우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한다. 디애니가 실질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고, 실제 소득 귀속자가 차은우 개인이라면, 국세청은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법인격을 부인하고 개인에게 직접 과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조세포탈에 해당하는 고의가 없다면, 추징된 세금과 가산세 납부로 행정적 절차는 종료된다.

마지막 단계는 가장 엄중한 문제인 조세포탈이다. 이는 단순 실수나 세법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입증된 경우를 말한다. 장부를 조작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허위 계약서로 꾸며 비용을 부풀리고, 가족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한 뒤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등의 행위가 이에 포함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포탈 세액이 연간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1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차은우 사건은 이 세 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정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세금 추징 처분을 내렸지만, 형사 고발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차은우 측은 과세 전 적부심을 청구해, 법인의 실질적 활동과 고의성 여부를 다투고 있다. 이 사건이 세무조정으로 마무리될지, 형사처벌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웨이브 드라마 ‘트레이서’ 포스터. 웨이브 제공

웨이브 드라마 ‘트레이서’ 포스터. 웨이브 제공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트레이서’에서, 극 중 대기업들은 수십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가공의 비용과 허위 거래로 세금을 회피하고 비자금을 조성한다. 세무조사관 황동주(임시완)는 이렇게 말한다.

“세금 같은 건 힘없는 사람들만 내면 된다는 편견은 누가 만들어 놨는가! 그거 잡겠다고 우리 여기 있는 거 아니에요?”

이 사건을 두고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지 차은우라는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매달 급여에서 세금을 공제당하고, 매출 몇 건에도 부가세를 신고하는 수많은 시민들은, “나는 꼼꼼하게 내고 있는데, 왜 어떤 사람은 구조를 짜서 빠져나가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좌절감을 느낀다.

세금은 단순한 재정 조달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기 위한 사회적 계약이다. 어떤 사람은 그 책임을 다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빠져나간다면, 그 공동체의 균형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세금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성실한 납세자가 손해 본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연예인의 논란으로 그치지 않고, 공정한 조세 질서를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세금 둘러싼 허탈감, 차은우 사건 어디쯤에 있을까 [연예강력3반]

■ 정태원 변호사는?

검찰청 재직 시절 2023년 대검찰청 상반기 우수공판부장을 수상하고, 2010년 검찰업무유공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다. 현재는 LKB평산에서 대표 변호사로 다양한 형사 사건과 대형 사건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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