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없이 올림픽 무대에 선 그린란드…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조국 존재감 증명

입력 : 2026.02.12 07:30 수정 : 2026.02.1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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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문화부 장관 니비 올센(왼쩍)과 덴마크 대표 바이애슬론 선수 우칼렉 슬레테르마르크가 지난 11일 이탈리아 남티롤 안테르셀바 바이애슬론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그린란드 국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린란드 국기인 ‘에르팔라소르푸트(Erfalasorput)’는 붉은색과 흰색 두 색을 사용해 북극의 자연환경을 상징한다. 흰색은 눈과 빙하를, 붉은색은 태양과 바다를 의미하며, 중앙의 원형 문양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색 구성은 덴마크 국기와 같지만, 십자가 대신 원형 디자인을 채택해 자치령으로서 독자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로이터

그린란드 문화부 장관 니비 올센(왼쩍)과 덴마크 대표 바이애슬론 선수 우칼렉 슬레테르마르크가 지난 11일 이탈리아 남티롤 안테르셀바 바이애슬론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그린란드 국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린란드 국기인 ‘에르팔라소르푸트(Erfalasorput)’는 붉은색과 흰색 두 색을 사용해 북극의 자연환경을 상징한다. 흰색은 눈과 빙하를, 붉은색은 태양과 바다를 의미하며, 중앙의 원형 문양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색 구성은 덴마크 국기와 같지만, 십자가 대신 원형 디자인을 채택해 자치령으로서 독자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로이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그린란드 출신 선수가 국제 정치의 그늘 속에서도 조국의 존재를 알리며 상징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린란드 태생인 바이애슬론 선수 우칼렉 슬레테르마르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테르셀바에서 열린 여자 15㎞ 개인전에 출전해 5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출전은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권 국가만을 공식 참가국으로 인정하는 탓에 그린란드는 독자적인 국기와 국가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다.

슬레테르마르크는 덴마크 국적으로 대회에 출전했지만, 경기장 관중석에는 그린란드 국기 ‘에르팔라소르푸트’가 등장했다. 덴마크 팬들이 흔든 이 깃발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두 명의 그린란드 선수, 우칼렉과 그의 남동생 손드레 슬레테르마르크를 향한 연대의 표시였다. 남매는 그린란드 누크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와 그린란드를 오가며 성장했고, 부모 역시 바이애슬론 선수 출신이다.

슬레테르마르크는 “그린란드 출신으로 국제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그래서 내가 조국을 대신해 우리를 알리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몇 주간 그는 연이은 인터뷰 요청 속에 사실상 ‘그린란드의 얼굴’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장에는 니비 올센 그린란드 스포츠·문화·교육·종교부 장관도 자리했다. 올센 장관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 이후 사람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희망을 보고 있고, 함께 뭉쳐 우리 나라를 지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슬레테르마르크 남매의 올림픽 출전을 “그린란드 사람들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우칼렉 슬레테르마르크. 로이터

우칼렉 슬레테르마르크. 로이터

슬레테르마르크는 그린란드 문화를 반영한 맞춤형 경기복을 입고 출전했다. 북극광 문양과 전통 여성 문신 ‘카키오르네크’에서 영감을 받은 장식, 그린란드 국기와 바이애슬론 표적을 결합한 패턴이 담겼다. 그는 “언젠가 그린란드가 독립 국가로 올림픽에 나서는 것이 모든 그린란드인의 꿈일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덴마크 소속으로 뛰는 것이 자랑스럽고, 이 자리에서도 분명히 그린란드를 대표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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