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유프 베네마르스가 12일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11조 경기가 끝난 뒤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밀라노 | 로이터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네덜란드와 중국 사이에 논쟁이 생겼다.
12일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 11조에서는 네덜란드 유프 베네마르스와 중국 롄쯔원이 같이 경기를 치렀다. 베네마르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로 유력한 메달 후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레이스 막판 롄쯔원이 인코스에서 아웃코스로 빠져나가다 베네마르스의 스케이트 날을 건드렸다. 이 여파로 베네마르스는 중심을 잃고 휘청했다. 바로 자세를 다잡고 레이스를 마쳤지만 1분07초58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5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1분06초28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한 미국의 조던 스톨츠가 차지했다.
롄쯔원은 실격 처리됐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레인을 바꿀 때에는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우선권이 있기 때문이다.
베네마르스는 강하게 항의해 재경기권을 얻어냈다. 30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진 뒤 홀로 레이스를 달렸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전력질주로 체력을 소진한 데다 함께 경쟁하는 선수도 없는 레이스에서 좋은 기록을 내지는 못했다.
경기 후 베네마르스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믿을 수가 없다”며 “메달은 확실했다. 100%였다”라며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베네마르스는 롄쯔원에게 사과를 받았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동메달은 내 것이었다”라며 “이틀 뒤면 모두가 잊어버리고 나는 그저 5위 선수가 된다. 울고 싶은데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내 올림픽의 꿈은 찢어졌다”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운명처럼, 베네마르스의 아버지 에르벤 베네마르스 역시 올림픽 경기 중 상대 선수 때문에 메달을 놓친 이력이 있다. 1998년 나가노 대회 500m에서 함께 레이스 하던 노르웨이 선수가 넘어지면서 충돌해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었고 나머지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마감했다. 대를 이어 겪은 불운에 안타까움이 쏟아진다.
베네마르스의 원망을 사고 있는 중국 선수의 입장은 다르다.
렌쯔원은 “그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4년간 준비했고 매우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나는 고의로 방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렌쯔원은 “코스를 돌 때 베네마르스가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전력으로 커브를 빠져나와 가속하려 하고 있었다”라며 “그가 나의 스케이트날을 밟아버렸고 그가 상체를 일으키면서 나 또한 스피드를 잃고 말았다”라며 오히려 과실은 베네마르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롄쯔원은 “심판은 나에게 페널티를 부과했는데 왜인지 모르겠다”라며 “베네마르스는 매우 감정적이 되어 나를 밀쳤다. 그렇게 많은 관객이 보는 앞에서 감정을 쏟아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존중 받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중국 양 측에는 앙금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마르스는 남은 대회 기간 동안 500m, 1500m에도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