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지만, 간밤 뉴욕증시는 예상보다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기술주 매수세가 지정학적 공포를 일단 눌러 담은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불안감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0.65포인트(0.36%) 오른 2만2748.8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 지수 역시 0.04% 소폭 오르며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면 전통적 우량주 중심의 다우 지수는 0.15% 하락하며 온도 차를 보였다.
시장을 지탱한 것은 단연 AI 반도체였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는 이날 2.99% 급등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중동 리스크라는 거대 악재 속에서도 AI 산업의 성장성이라는 펀더멘털에 투자자들이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1.48%) 역시 강세를 보이며 기술주 중심 저가 매수세를 유입시켰다.
지수는 선방했지만, 에너지 시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한때 13% 폭등하며 배럴당 82달러 선을 위협했고, 결국 6.7% 상승한 77.74달러에 마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주요 에너지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만에 40%가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한 것을 두고 “중동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장세 핵심은 ‘안전 자산으로의 대피’가 아닌 ‘인플레이션 공포 전이’에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위기 상황이라면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04%로 ‘8bp’나 되레 급등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이 잠잠해지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연준(Fed)의 금리 인하 발목을 잡을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증시가 선방한 것은 AI 산업에 대한 믿음과 유가 수혜주들의 방어력이 맞물린 결과일 뿐, 시장 기저에는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근월물 종가는 1㎿h(메가와트시)당 44.51유로로 전 거래일 대비 무려 40% 급등했다.
한편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개시 이후 2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힘입어 상승했다. 실제 국내 한국거래소 기준 3.75g 순금 시세는 3일자 매입 기준 94만원대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