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톱(배우로 가는) 주(저함 없는) 연(기의 길), 염혜란

입력 : 2026.03.04 08:00
  • 글자크기 설정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사진 ㈜엔케이컨텐츠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사진 ㈜엔케이컨텐츠

“원톱(One-Top) 영화요? 아니에요~ 투톱(Two-Top) 영화죠.”

배우 염혜란은 2000년 연극으로 데뷔해, 정말 대중의 눈에 크게 들어왔던 순간은 2022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 때였다. 당시 ‘매 맞아도 명랑한’ 강현남 역을 했던 때가 데뷔 22년이 넘었을 때였다. 늘 다른 사람의 뒤에서, 짧은 시간 연기력을 폭발해도 되는 그는 ‘씬스틸러’라 불렸다.

하지만 4일 개봉한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는 주연이다. 그것도 감독을 비롯한 모든 현장 스태프와 배우들이 집중해서 보는 ‘원톱 주연’이다. 그는 스스로 김연경 역 후배 최성은과 ‘투톱’이라 표현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 전체를 이끄는 염혜란의 존재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이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사진 ㈜엔케이컨텐츠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사진 ㈜엔케이컨텐츠

“시사회 때도 괜히 본다고 나서서 있었어요. 의자 뒤에 숨고 싶을 정도로 떨렸어요.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하고, 다소 실수가 있어도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규모가 작았던 영화라 시간이 짧았는데, 단 하루만 이틀만 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찍을 당시에도 장마로 일정에 애를 먹었거든요.”

‘매드 댄스 오피스’는 구청 기획과장으로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정작 앞만 보는 그 성격 때문에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줄은 몰랐던 ‘리더’이자 ‘엄마’ 김국희가 삶의 고비를 겪고, 선물처럼 나타난 플라멩코라는 열정의 매개체로 다른 사람으로 조금은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염혜란의 입장에서도 거의 매 장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경험은 신기했다.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출연장면. 사진 ㈜디스테이션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출연장면. 사진 ㈜디스테이션

“제발 이 작품 때문에 앞으로 주인공이 안 들어오거나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조연이면 피할 게 있거든요. ‘이 정도만 하면 되겠다’ 싶은 순간이 있는데 주연은 피할 수 있는 구멍이 없어요. 주연은 확실히 도와주는 장치가 많았지만, 작품을 이끄는 처지에서 감당해야 하는 것도 많았죠. 조연 때는 제 장면이 잘리면 안타까웠는데, 주인공으로 보니까 안타깝지만 ‘없어도 됐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드 댄스 오피스’는 염혜란이 좋아하는 결의 영화였다. 여성 서사였고, 여성이 장르물의 빌런이나 피해자 등이 아닌 평범한 인물이라 좋았다. 춤 영화가 가지는 성장의 서사도 좋았다. 이를 경쾌한 코미디의 느낌으로 풀어내는 것도 좋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1996년작 ‘쉘 위 댄스’였다.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출연장면. 사진 ㈜디스테이션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출연장면. 사진 ㈜디스테이션

“플라멩코라는 예술이, 저는 춤만 있는지 알았거든요? 그런데 노래와 연주까지 있더라고요. 처음 선생님에게 가서 발 구르기를 봤는데 정말 땅이 무너질 것 같은 박력이 있었어요. 거기에다 마냥 당당함 뿐 아니라 울분과 한을 담은 당당함이어서, 주제와 맞을 수 있다고 봤어요. 정말 어렵게 배웠지만, 감독님도 이 춤을 배우셨대요. 그래서 자신을 가지고 도전했죠.”

원톱 주연으로서의 부담은 극단 연우무대 시절부터 함께 했던 집시여인 역 우미화와 함께, 라이벌 역 박호산 등 조연들과 함께 이겨나갔다. 마침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내 이름은’을 통해 한국무용도 배우고 있었기에, 최근 몇 년 염혜란의 하루는 무용 또 무용이었다. 스스로는 극 중 김국희처럼 남에게도 나에게도 엄격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서 캐릭터를 끌어내는 그만의 연기로 접근했다.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출연장면. 사진 ㈜디스테이션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출연장면. 사진 ㈜디스테이션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왜, 나랑 다른 사람으로 생각했을까’ 고민하게 돼요. 늘 더욱 접근해보지 못했을까, 나와 비슷한 부분은 없었을까 후회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엄마로서의 감정도 좀 있는데요. 실제 극 중 딸인 해리(아린)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제 다리만 찍을 때 실제 딸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어요. 엄마로서, 배우로서 배운 부분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지난 2024년 영화 ‘시민덕희’를 공개하고 ‘84제곱미터’를 찍었던 염혜란은 이후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 등 작품에 매달렸다. 이 작품들이 잘돼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영화제 뽕’이 들었다고 웃었다. 연극으로 시작했던 탓에 스스로 ‘영화인’이라고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서서히 여러 매체에 자연스럽게 젖어가고 있다. 그만큼 연기공력도 나온다.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사진 ㈜엔케이컨텐츠

조현진 감독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김국희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사진 ㈜엔케이컨텐츠

“과거에는 연기함에 있어 경제적인 바탕이 있어야 하는 필요가 컸다면, 지금은 욕망에 순수하기 어려운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고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서서히 나이가 들면서 욕망에 순수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지금 주연도 그렇지만 많은 좋은 감독님과 연기하면서 더욱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염혜란의 ‘전성기’라고 한다면 다 지나 보고 그때 가서 지금이 언제인지 알 수 있겠죠.”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