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해 8월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2026년 월드컵 조추첨식 개최를 발표한 뒤 월드컵 티켓 모형을 들고 있다. EPA
달력은 아직 3월이지만, 6월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화에 휩싸인 이란의 월드컵 본선 참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 정말 신경 안 쓴다”고 외면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파행 운영을 걱정해 발을 동동 구르지만 스포츠 빅이벤트에서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월드컵에 빗댈 수 있는 올림픽은 인류 화합의 대제전이라는 별칭과 달리 숱한 갈등으로 보이콧만 7번이 일어났다.
근대 올림픽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콧은 냉전에 열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다.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미국이 러시아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으면서 서방 세력으로 분류된 60여개국이 동참했다. 반대로 소련을 비롯해 공산권 10여개국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빠졌다. 이밖에 제2차 중동 전쟁에 반발해 이집트와 이라크가 불참한 1956년 멜버른 올림픽과 인종차별 문제로 아프리카 28개국이 불참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등이 유명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역시 공동 개최를 논의하던 북한이 빠졌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은 서남아시아 국가들의 갈등으로 개최지까지 바뀐 사례다. 원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대회는 파키스탄이 인도, 방글라데시 등과 갈등에 따라 태국 방콕으로 개최지가 바뀌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비교하면 작은 대회인 20세 이하(U-20) 월드컵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인도네시아가 2023년 대회를 앞두고 종교 갈등으로 이스라엘의 입국을 거부해 개최지가 아르헨티나로 바뀌기도 했다.
재정난도 빅이벤트의 파행 운영을 부른다. 보통 빅이벤트가 끝난 뒤 손해가 커서 문제이지만, 열리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월드컵에선 1986년 대회가 유일하게 개최국이 포기한 대회로 남아있다. 원래 콜롬비아가 개최국으로 선정되었으나 1982년 12월 심각한 재정난으로 도저히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다고 판단해 멕시코에서 대회가 열렸다.
아시안게임에선 1970년 방콕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재정 문제로 개최지가 바뀌었다. 1970년 대회는 원래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하철을 비롯해 건설 산업이 겹친 상황에서 아시안게임까지 열린다면 파산이 우려돼 포기해 방콕에서 열렸다. 만약 서울에서 이 대회가 열렸다면 한국에선 총 4번의 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수 있었다.
2020년대 초반 온세상을 흔들었던 코로나19은 빅이벤트의 적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1년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같은 해에 열렸던 유로 2020과 코파아메리카 역시 같은 운명이었다. 코로나19에 민감했던 중국에서 열린 빅이벤트는 더욱 가혹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2022년이 아닌 2023년에 무사히 열렸지만, 2023년 개최 예정이었던 아시안컵은 개최권을 반납해 카타르에서 열렸다. 카타르가 1년 먼저 개최했던 월드컵은 코로나19 여파 없이 무사히 진행됐던 터라 아쉬움이 더욱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