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러운 건 사실”…이재성이 꺼낸 한·일 유럽 진출 격차

입력 : 2026.03.04 15:23 수정 : 2026.03.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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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이재성. 게티이미지코리아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이재성. 게티이미지코리아

“분데스리가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은데, 일본 선수들이 많아 부럽다. 저를 포함한 한국 선수들은 분발해야 할 것이다.”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이재성(34·마인츠)이 유럽 빅리그에서 벌어지는 한·일 선수 격차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재성은 3일 화상으로 진행된 독일 분데스리가 라운드테이블에서 취재진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소속팀 생활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를 얘기하던 중 최근 분데스리가에 일본 선수가 크게 늘어난 현상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국 축구의 현실을 정면으로 짚었다고 전해졌다.

이재성은 2015년 A대표에 데뷔한 이후 102경기 15골을 기록한 베테랑으로, 앞서 2018 러시아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경험한 대표팀 중원의 핵심이다. 이번 북중미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 무대로 아시아 3차 예선에서도 4골을 기록하며 손흥민, 오현규와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10년 넘게 한국 축구를 대표팀 안에서 지켜봐 온 그가 직접 격차를 인정하고 분발을 촉구한 만큼, 이번 발언이 갖는 무게감은 다르다.

현재 분데스리가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이토 히로키, 프랑크푸르트의 도안 리츠 등 일본 선수 14명이 활약하고 있다. 반면 한국 선수는 4명에 그친다. 이재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우영(우니온 베를린) 세 명이 한국에서 축구를 배워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고, 나머지 한 명인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난해 대표팀 소속을 독일에서 한국으로 바꾼 경우다. 사실상 한국 축구 시스템을 거쳐 분데스리가까지 간 선수는 단 셋인 셈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저지주의 한국 대표팀 숙소에서 옌스 카스트로프(오른쪽)가 홍명보 감독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해 9월 미국 뉴저지주의 한국 대표팀 숙소에서 옌스 카스트로프(오른쪽)가 홍명보 감독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정도 다르지 않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사실상 유일한 한국인 주전으로 꼽히는 반면, 일본은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엔도 와타루(리버풀), 카마다 다이치(크리스탈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등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각각 토트넘, 브라이턴과 계약을 체결했던 양민혁과 윤도영은 임대를 떠난 상태고, 박승수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U-21팀 소속으로 아직 1군 무대와는 거리가 있다.

이재성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재정적인 부분 등으로 해외 진출할 수 있는 경로가 다르다. 쉽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부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선수들은 실력도 좋은 것 같다. 한국도 계속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두 나라의 격차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병역 문제다. 한국 남성은 군 복무 의무가 있어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선수가 군 복무로 장기간 이탈할 경우 재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유럽 구단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한국 선수 영입 자체를 꺼리게 된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특정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선수들에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장벽이다.

이적료 구조의 차이도 결정적이다. K리그 구단 대부분은 J리그에 비해 재정 자립도가 낮아 핵심 선수의 이적료가 구단 운영의 주요 수입원으로 기능한다. 이 때문에 유럽 구단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적료를 제시하거나 협상 자체가 결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J리그는 유망주를 낮은 이적료나 자유계약 형태로 내보내는 것을 전략적으로 수용한다. 일부 일본 기업이 이적료나 연봉의 일부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까지 있어, 선수 개인이 연봉을 낮추더라도 유럽에 도전하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진출 경로의 체계화 수준도 다르다. 일본은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처럼 자국 자본이 투자된 유럽 구단을 중간 거점으로 활용해 선수들이 유럽 축구에 연착륙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일본축구협회(JFA)가 유럽에 상설 사무소를 두고 선수 스카우트와 배치를 직접 지원하는 것도 한국에는 없는 인프라다. 유망주를 무리하게 일찍 해외로 내보내기보다 국내에서 충분히 성장시킨 뒤 적절한 시점에 유럽 진출을 추진하는 장기적 접근법도 일본 시스템의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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