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WBC 대표팀 감독이 4일 일본 도쿄돔에서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킬레스건은 결국 불펜이다. 지난해 11월 평가전부터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노출됐던 불펜진의 제구 난조 숙제를 오사카에서도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한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맞이한다. 이제는 남은 시간도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남겨야 한다.
대표팀 투수진은 지난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치른 일본프로야구 팀과 2차례 연습경기에서 볼넷만 도합 15개를 내줬다.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대량실점했다. 2일 한신전 선발 곽빈이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2회에만 3실점 했다. 3일 오릭스전은 2번째 투수로 4회 등판한 송승기가 첫 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이후 역시 3실점 했다.
이례적으로 1월 사이판 캠프를 꾸리면서 투수들 몸만들기에 공을 들였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통상 KBO리그 투수들은 시범경기 개막에 맞춰 최고점을 그린다. 아직 구위도 제구도 정규시즌 가장 좋을 때와 비교하기 어렵다.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8일 대만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선택과 집중’이 절실해졌다. 과거 류 감독이 가능성을 언급했듯, 대만전에 지금 가장 좋은 투수들을 몽땅 쏟아붓는 전략도 가능하다.
WBC 대표팀 투수들이 4일 일본 도쿄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은 이미 조별라운드 4경기마다 어떤 투수들을 올릴지 계획을 세워뒀다. 경기 상황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해도 큰 틀에서 운용 자체는 건드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에 1경기만 투수 운용이 틀어져도 이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7일 일본전, 8일 대만전이라는 일정이 특히 부담스럽다. 일본과 대만을 연이틀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7일 일본전이 오후 7시, 8일 대만전이 낮 12시 경기다. 계획에 없던 투수를 일본전 투입했다가 경기를 내주기라도 하면 대만전은 배로 어려워진다.
불펜 약점이 남은 탓에 투수 교체 타이밍은 더 중요해졌다. 2023년 WBC 대회 당시에도 대표팀은 불펜 고민이 컸다. 호주전 3이닝 무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던 고영표를 5회까지 끌고 가야 했던 것도 비교적 약한 불펜을 의식했기 때문일 수 있다. 고영표는 4회와 5회 차례로 1실점 했다.
이번 WBC에도 대표팀 벤치는 같은 고민에 부닥칠 수 있다. 불펜을 확실하게 믿기 어렵다면 교체 타이밍을 판단하는 것 또한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시점 투수들의 컨디션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소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더 과감하게 교체 결단을 내려야 할 수 있다.
불펜 투수들이 5일 개막과 함께 반등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벤치의 ‘운용의 묘’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