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경기. 9회말을 한국 예비투수 고바야시 다쓰토가 역투하고 있다. 2026.3.3 hwayoung7@yna.co.kr 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평가전. 한국이 7-5로 추격을 허용한 8회말 2사후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올린 투수는 국대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등번호는 없는, 낯선 얼굴의 선수였다.
그런데 투구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첫 투수가 삼진으로 위기를 진화하고 내려갔다. 8-5로 리드한 9회에 올라온 또다른 투수는 세 타자를 삼자범퇴 처리하며 세이브를 따냈다. 첫 투수는 이시이 고키(도쿠시마), 두 번째 투수는 고바야시 다쓰토(도쿠시마 인디고삭스)다. 두 선수 모두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는 일본인 투수인데,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와 수준급 변화구 구사로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대표팀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 데인 더닝에 이어 5명의 불펜 투수를 기용했는데, 볼넷(8개)을 쏟아내며 남은 6이닝을 막는데 실패했다. 류 감독은 본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의 투수 활용 폭이 적은 상황에서 주최측과 미리 상의해 투수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 예비 선수인 2명의 일본 독립리그 투수를 활용하기로 했다. 둘의 활약상은 우리 불펜 투수들이 고전한 상황에서 더 도드라졌다.
일본 야구는 전통적으로 정교한 제구를 앞세운 투수력에 강점을 보였다. 실제 일본프로야구는 ‘투고’ 트렌드가 지배한다.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에서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투수가 각각 2명, 4명씩 나왔다. 불펜 투수들의 평균자책은 그야말로 ‘짠물’이다. KBO리그에서 자주 연출되는 ‘후반 역전’, ‘불펜 방화’ 상황도 보기 어렵다.
최근 일본 야구를 보면 투수력에서 점점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춰가는 모양새다. 투수력만 놓고 보면 일본 야구가 메이저리그를 추월했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오시노부(이상 LA다저스) 등 많은 일본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톱레벨 투수로 활약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제구를 갖췄다. 두산 2군 투수 코치 오노 가즈요시는 “투수는 구속이 아무리 빨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일본 투수들이 제구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기본기 훈련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삼성 2군을 지휘하는 모리야마 료지 전 소프트뱅크 투수 코치도 “최근 국제 대회에서 일본인 투수들의 선전 비결은 체격 조건이 좋아짐에 따른 구속, 구위 향상이 크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카운트에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했다. 모리야마 감독은 “많은 나라에서 직구로 정면 승부하는 경향이 강한데 일본 투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상황을 투수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선 정교한 제구 뿐 아니라 작은 체구의 투수들까지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와 빠른 변화구를 던진다. 이시이와 고바야시의 최고 구속도 시속 150㎞를 웃돌았다. 오랜 시간 피지컬 투구 매커니즘에 신경쓴 결과다. 롯데의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로 새로 영입된 가네무라 사토루 전 한신 코치는 “원래 일본 투수들은 파워보다는 기술, 몸 전체와 뛰어난 팔 사용을 활용한 효율적인 투구 매커니즘에 초점을 맞춰왔다. 최근에는 여기에 체계적인 피지컬 트레이닝과 첨단 데이터 분석이 결합되며 전반적인 투수 퀄리티가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 8회말 2사 1루 한국 고바야시 다쓰토가 역투하고 있다. 2026.3.3 연합뉴스
그는 또 “일본프로야구 각 구장 마운드가 과거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와 비슷한 환경인데 이런 점이 일본 투수들의 구속 향상에 영향을 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환경적인 요인도 이야기했다.
KBO리그도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점차 투수들이 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투구 매커니즘과 피지컬 트레이닝이 신경쓰며 트렌드를 뒤따르고 있다. 쓰루오카 가즈나리 한화 퓨처스팀 배터리 코치는 최근 한국과 일본 야구가 투수를 육성하는데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을 짚으며 “이제 투수들은 자신의 몸을 생각한대로 움직이는 디테일한 감각과 재현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KBO리그에서도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발전을 확인하는 환경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