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정정용 감독이 8일 김천 상무와의 2026시즌 K리그1 2라운드 원정 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정정용 감독이 2년 넘게 공들여 키운 팀 앞에서 무릎 꿇을 뻔했다.
전북 현대는 8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시즌 2라운드 김천 상무와 원정경기에서 후반 4분 홍윤상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경기 막판 모따의 동점 헤더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북은 개막전 부천전 패배에 이어 2연패 위기에서 승점 1점을 건졌다.
정정용 감독은 2023년 시즌 도중 김천 지휘봉을 잡아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이끌었고, 이후 2년 연속 K리그1 3위라는 군팀 역대 최고 성적을 쌓았다. 지난 시즌 더블우승을 달성한 거스 포옛 감독의 후임으로 전북 벤치에 처음 앉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북이 지난 시즌 3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는 단 두 차례뿐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김천전이었다. 개막전에서 승격팀 부천에 역전패를 당한 직후라 부담은 더욱 컸다.
김천 선수단은 정정용 감독의 전술과 성향을 잘 아는 팀이다. 주승진 감독은 전북이 높이가 약점인 김천 수비라인을 크로스로 공략하려 할 것을 미리 읽고, 크로스 자체를 차단하는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전북은 모따가 수비를 끌어당겨 만든 공간을 좌우 윙어 김승섭과 이동준이 파고드는 방식으로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 했고, 양 풀백이 전진할 때 미드필더 맹성웅이 최종 수비라인으로 내려와 스리백을 만들며 뒷문을 지켰다.
지난 시즌 김천에서 전성기의 서막을 열었던 김승섭이 전반 3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반대편 골대를 겨냥한 슈팅을 날렸지만 백종범이 막아냈다. 이후 전북은 모따의 헤더를 기점으로 공격을 풀어가려 했지만 김천의 4-4-2 두 줄 수비가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침투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크로스를 모따가 헤더로 내리찍었지만 왼쪽 골대 옆그물을 흔들었다.
김천은 빠른 역습이 여의치 않을 때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며 전북의 체력을 소모시켰고, 간간이 롱볼을 섞어 뒷공간 침투를 노렸다. 왼쪽 풀백 박철우의 공격 가담이 잦아지며 주도권을 서서히 가져왔다.
하프타임에 김주찬을 빼고 홍윤상을 투입한 김천은 후반 4분 일찌감치 균형을 깼다. 센터백 이정택이 왼쪽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홍윤상에게 긴 패스를 꽂았고, 전북은 이정택을 제때 압박하지 못한 데다 홍윤상의 마크맨도 빨리 세우지 못하며 선제골을 내줬다. 홍윤상은 골문까지 치고 들어가 반대편 골대를 보고 감아 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 현대 모따가 8일 김천과의 2026시즌 K리그1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동점이 필요한 전북이 라인을 끌어올리자 오히려 김천이 뒷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했다. 전북은 높이 공략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김천 수비진은 낙구 지점을 먼저 선점하고 볼이 뜨기 전부터 모따와 몸싸움을 벌이며 편안한 볼 처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정정용 감독이 티아고를 투입해 모따와 트윈 타워를 형성하는 승부수를 꺼냈고, 티아고가 직접 물꼬를 텄다. 후반 추가시간 김이석에게서 볼을 빼앗은 티아고가 왼쪽 측면으로 치고 들어가 오른 바깥 발등으로 돌려 차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모따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정정용 감독은 조용히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천은 시즌 첫 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연고지 협약 만료로 자동강등이 예정된 마지막 시즌 홈 개막전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전북은 개막 2연패를 간신히 면했지만, 정정용 감독이 짊어진 부담은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