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최악의 시나리오… 피로에 무거워진 방망이, 대만 마운드에 녹아내렸다

입력 : 2026.03.08 16:20 수정 : 2026.03.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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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8일 대만전 홈런과 2루타를 때린 김도영이 10회말 마지막 타석 뜬공으로 아웃이 되며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WBC 8일 대만전 홈런과 2루타를 때린 김도영이 10회말 마지막 타석 뜬공으로 아웃이 되며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의 최대 고비였던 대만전 패배로 고개 숙였다. 전날 밤 일본과 치렀던 치열한 승부가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C조 조별 라운드 3차전에서 대만에 4-5로 패했다. 이날 역전 홈런과 동점 2루타로 2번이나 팀을 구한 김도영이 10회말 2사 2루 마지막 타자로 나섰지만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전날 일본전처럼 이번에도 ‘한 끗’이 모자랐다.

대표팀은 류현진을 시작으로 곽빈, 데인 더닝까지 팀 내 가장 강한 선발 투수 3명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대만 타선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 류현진이 2회, 곽빈이 6회 솔로 홈런을 맞았다. 7회 1사 1·2루에서 구원 등판해 공 2개로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끝냈던 데인 더닝도 8회 대만계 메이저리거 스튜어트 페어차일드에게 투런 홈런을 내줬다. 10회 승부치기 상황에서 대만에 연속 번트로 내준 실점을 제외하고 5점 중 4점을 홈런 3방으로 내줬다. 매 경기 공이 뜨면 긴장하게 되는 이번 대회 홈런 퍼레이드가 대만전 한국을 집어삼켰다.

대표팀 타선은 대만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전날 일본전은 밤 10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한국 대표팀은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고 이날 오전 8시 대만전을 치르기 위해 숙소를 나서야 했다. 체력 부담이 컸다. 일본전 9안타를 때려냈던 방망이가 이날은 무디게 돌아갔다.

대만 투수들의 구위도 워낙 강력했다. 선발 구이린루양을 비롯해 투수 6명이 10회까지 한국 타선을 4안타로 틀어막았다. 홈런과 2루타로 2안타를 기록한 김도영을 제외하면 대표팀 누구도 대만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날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무안타에 그친 안현민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투수들의 공 퀄리티 자체가 좋았다. 전날 일본 투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못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도영이가 엄청나게 노력을 했고, 다들 최고의 기록은 못 냈어도 최선은 다했지만 어쨌든 못 쳤다. 쳐야 점수가 나는 데 못 쳤다”고 고개를 숙였다.

WBC 8일 대만전 4-5로 패한 대표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WBC 8일 대만전 4-5로 패한 대표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일본과 대만을 연이어 만나야 하는 일정 부담을 크게 느꼈다. 일본전은 당연히 가볍게 넘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먼저 만나는 일본을 상대로 힘을 너무 빼면 다음날 치러야 하는, 더 중요한 대만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 이어졌다.

그 우려가 결국 최악의 형태로 현실이 됐다. 일본전이 워낙 팽팽했던 탓에 불펜 소모가 컸고, 야수들 역시 그저 1경기 이상으로 체력을 썼다. 한국은 심야까지 일본과 접전해 6-8로 석패한 다음날 낮 대만을 만났고, 대만은 낮 경기에서 체코를 콜드게임으로 잡은 다음날 한국을 만났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서 “경우의 수가 남은 만큼 들어가서 (9일 호주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대만과 계속 경기를 해왔고 좋은 팀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알고 있다. 대만 선발 구린루이양이 이닝을 길게 끌어주면서 대만이 뒤쪽에 힘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은 9일 호주와 조별 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번에도 8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2013년 대회를 시작으로 4개 대회 연속 탈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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