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배우 이재룡(왼쪽)과 안재욱 이들은 모두 상습 음주운전 적발자들이다 해당 유튜브 채널
과거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배우 이재룡(61)과 안재욱(54)이 유튜브 웹 예능에 동반 출연해 주량을 과시한 직후, 이재룡이 또다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면서 비판론이 일고 있다. 제작진은 아무런 공식 입장 없이 영상을 삭제해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재룡을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재룡은 지난 6일 오후 11시쯤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인근에서 운전하다 중앙분리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재룡은 사고 후 자신의 집에 차량을 주차한 뒤 지인의 집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이었지만 이재룡은 “운전을 할 때는 음주상태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룡은 사고 발생 불과 10여 일 전인 지난달 23일 안재욱과 함께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 게스트로 출연해 여과 없이 음주 방송을 진행했다. 이재룡은 방송에서 “요즘 데킬라에 빠졌다”며 애주가 면모를 보였고 안재욱은 “형이 취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그의 주량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음주 관련 범법 이력이 있다. 안재욱은 지난 2003년과 2019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 이재룡 또한 2003년 음주운전 사고 후 측정 거부로 면허가 취소됐고 2019년에는 만취 상태로 재물손괴를 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재룡의 음주운전 의혹은 유튜브 술 예능에 대한 비판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향신문 AI 이미지
음주운전 전과자들의 방송 직후 이재룡이 실제 사고를 다시 일으키자 대중의 비판이 쏟아졌다. ‘짠한형’ 제작진은 7일 이들이 출연한 해당 영상을 비공개 조치했으나 사과나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특히 ‘짠한형’에는 이재룡과 안재욱 뿐 아니라 다른 음주운전 범법 연예인들을 출연한 전력이 있어 이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른 바 ‘유튜브 술 예능’의 도덕적 불감증을 지적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행 방송법상 지상파나 케이블 등 레거시 미디어는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는 표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
반면 유튜브나 OTT 등은 해외사업자이거나 현행법상 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제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술방’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핑계로 폭음과 주사를 유쾌한 볼거리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조회수를 위해 과거 음주운전 등 범법 행위를 저지른 연예인들마저 무분별하게 섭외해 면죄부를 주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제작진의 안일한 섭외와 규제 없는 플랫폼이 ‘전과자의 음주 미화’라는 참사를 낳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전과자에게 판을 깔아준 제작진도 공범”이라며 술방 자체에 대한 강경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