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위온 대표변호사 곽중혁
지난해 의료계에서는 이른바 ‘광덕안정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내려지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한방병원 프랜차이즈 운영 과정에서 개원을 준비하던 한의사들이 허위의 자기자금 증빙을 통해 신용보증기금 보증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판결에서는 범행을 주도한 핵심 인물뿐 아니라 사실상 단순 가담에 가까운 일부 한의사들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특정 프랜차이즈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한 개원 자금 대출과 관련된 유사 사건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사건들을 살펴보면 대출 규모가 5억 원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단순 사기죄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될 수 있다. 특경법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규정하고 있어 형사처벌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
더 큰 문제는 형사처벌 이후 이어질 수 있는 행정적 제재다. 2023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경우 의료 관련 범죄가 아니더라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결국 형사재판의 결과가 의료인의 직업 유지 여부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원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해 대출을 받고 허위의 자기자금 증빙을 제출한 행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사건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조가 과연 의료인 개인의 일탈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대출 과정에는 브로커가 개입하고 동일한 방식의 허위 자금 구조가 반복적으로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의료인에게 대출이 이루어질 경우 연체 가능성이 낮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 배경으로 지적된다.
특히 ‘광덕안정 사건’과 유사한 방식의 대출 구조가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사건 이후 제도적 개선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공적 금융 제도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개인이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의 대출 사기가 반복된다면 이는 개인의 일탈 문제를 넘어 제도 설계와 운영 방식 전반을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처벌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공적 금융 제도의 취지와 운영 구조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적 자금이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대출 심사와 보증 구조, 브로커 개입 가능성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관리와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