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0일의 ‘실종’, 스리랑카 어머니가 찾은 ‘진실’

입력 : 2026.03.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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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어머니들, 3250일간 멈추지 않은 진실 찾기

올해 지학순정의평화상에 선정…강제 실종자 가족협회(ARED)

시민 290명이 직접 선택한 정의, 국경 넘어 한국에 닿은 연대

실종된 내 아이를 찾아서… 국가 폭력에 맞선 숭고한 어머니의 사투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 사무총장이 스리랑카 내전 당시 실종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 사무총장이 스리랑카 내전 당시 실종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스리랑카 내전의 상흔 속에서 10년 가까이 자녀와 가족의 행방을 찾아 거리에서 잠을 청해온 어머니들이 한국을 찾았다. 인권과 정의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제27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리랑카 풀뿌리 인권단체 ‘강제실종자가족협회(ARED)’의 이야기다.

사단법인 저스피스(JUSPENCE)은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비건음식 전문점 ‘마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의 수상 단체 발표와 함께 스리랑카 현지의 처참한 인권 실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ARED를 이끄는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Leeladevi Anandanadarajah) 사무총장과 사로야 칸타사미(Saroja Kanthasamy) 활동가가 직접 참석해 3250일 넘게 이어온 평화 시위의 기록을 증언했다.

멈추지 않는 실종자 찾기

ARED는 1983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26년간 이어진 스리랑카 내전 당시, 국가 권력과 무장 단체에 의해 강제 실종된 희생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2017년 실종자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후 스리랑카 북부 키리토치를 기점으로 바부니아, 트리코말리 등지에서 노상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3250일이 넘는 시위 현장을 지켜온 ARED의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 사무총장(사진 왼쪽으로부터 두번째)과 사로야(사진 오른쪽 끝)

3250일이 넘는 시위 현장을 지켜온 ARED의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 사무총장(사진 왼쪽으로부터 두번째)과 사로야(사진 오른쪽 끝)

간담회에 참석한 릴라데비 사무총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승리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내 아이가 살아있는지, 죽었다면 어디에 묻혔는지 그 진실을 아는 것뿐이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뗐다. 그녀는 내전 종식 후 정부가 세운 실종자조사국(OMP)이 실질적인 조사 대신 보상금 지급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개입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함께 자리한 사로야 활동가 역시 “시위 과정에서 수많은 어머니가 자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며 “우리는 남은 이들이 끝까지 싸워 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정부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수상자, 연대의 의미 더해

올해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시상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극대화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접수된 19개의 후보 단체 중 전문가 심사를 거쳐 압축된 최종 3개 후보를 두고, 290명의 시민시상단이 2차 평가에 참여해 ARED를 최종 선정했다.

저스피스 관계자는 “지학순 주교가 평생을 바쳐 실천했던 ‘낮은 곳을 향한 정의’의 정신이 스리랑카 어머니들의 투쟁 속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직접 선정한 상인만큼, 이들의 목소리가 국경을 넘어 더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시상식에서는 전 회차 수상자인 ‘뉴스타파’가 기부한 상금을 바탕으로 제정된 ‘제1회 지학순정의평화다큐멘터리상’ 발표도 함께 이뤄졌다. 첫 수상작으로는 1980년 사북 항쟁의 기록을 담은 김태일 감독의 ‘1980 사북’이 선정되어, 과거의 국가 폭력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스리랑카 어머니들의 숭고한 투쟁을 기리는 제27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은 11일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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