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토론토 ‘로저스 스타디움’ 공연장에서 촬영한 장하은
K팝 댄스는 이제 주요 장르와 문화적 경계를 넘어 ‘움직임의 언어(language of movement)’로 확장되고 있다. 이 흐름이 해외에서 성장한 한국인 2세에게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 캐나다에서 성장한 한국인 2세 장하은(Yoanna Haeun Jang)을 인터뷰했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장하은(Yoanna Haeun Jang)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돌이 되기 전에 캐나다로 이주했고, 현재 University of Toronto에서 신경과학(Neuroscience Specialist)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The Royal Conservatory of Music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며 연주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K팝은 약 9년째 좋아하고 있고요, 방탄소년단(BTS)와 에이티즈(ATEEZ) 팬입니다.”
Q2) K팝을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제가 2018년에 BTS 팬이 되었을 때는 10살이었는데, 학교에서는 K-pop을 좋아한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어요.
캐나다는 미국보다 트렌드 수용이 느린 편이라 그때만 하더라도 이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나 ‘버터(Butter)’를 듣고도 BTS 노래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대중 속으로 들어왔고, 팬덤 역시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국에서 온 7명의 아이돌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은님의 인터뷰는 한때 특정 팬덤의 문화였던 K팝이 이제 대중문화로 확장된 흐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Q3) K팝 퍼포먼스의 매력은?
“K-pop 음악은 퍼포먼스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음악, 춤, 그리고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함께해야 비로소 완전한 장르가 됩니다. 예를 들어 BTS의 퍼포먼스를 보면, 그들의 춤은 노래의 일부처럼 느껴져요. 가사의 물리적 표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무를 ‘외운 것’이라기보다, 내면에서 나오는 움직임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하나의 스토리텔링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K-pop 댄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을 하나의 여정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답변은 K팝 댄스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낸다. 안무는 단순한 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가사를 몸으로 풀어내는 과정에 가깝고, 춤은 음악을 보조하는 요소가 아니라 그 음악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표현 방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Q4) K팝 퍼포먼스를 볼 때, 뇌과학적으로 무엇이 흥미로운가요?
“저는 K-pop 퍼포먼스가 뇌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청각), 안무와 시각, 감정 표현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여러 뇌 시스템이 동시에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집중을 잃기 어렵고, 비트 드롭(beat drops), 후렴(choruses), 댄스 브레이크(dance breaks) 등은 지속적으로 기대를 형성하며 도파민 분비를 통해 강한 쾌감을 유도합니다.”
이 답변은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 온 K팝 퍼포먼스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다. 익숙하게 소비해 온 장면을 신경과학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는 순간, 그 경험은 낯설면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Giacomo Rizzolatti)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움직임을 볼 때 그 행동을 자신의 것처럼 뇌에서 시뮬레이션한다고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관객은 퍼포먼스를 ‘보는 것’을 넘어 이미 그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에 들어간다. 결국 K팝 퍼포먼스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정신적 운동’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반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K팝 퍼포먼스는 이제 장르와 문화적 경계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어를 넘어 먼저 전달되는 ‘움직임’이 있다.
K팝 댄스는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하나의 언어로 작동하고 있다.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