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화
배우 이주화가 모노드라마 ‘웨딩드레스’(평민사)를 책으로 펴냈다. 30년 연기 인생을 바탕으로 1인극의 전 과정을 배우의 시선으로 기록한 결과물이다.
무대 위에서 완성된 작품이 이제 책이라는 또 다른 형식으로 확장됐다. 무대의 시간을 기록으로 옮긴 셈이다.
1인극, 모노드라마는 배우에게 가장 높은 단계의 무대로 꼽힌다.
한 사람이 무대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감정의 흐름과 장면의 리듬, 관객과의 호흡까지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한다. 상대 배우와의 주고받음도, 장면을 분산시킬 장치도 없다.
배우의 내공과 경험, 집중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형식이다. 그래서 누구나 설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이주화는 그 과정을 준비 단계부터 공연 이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단순한 공연 후기나 비하인드에 머물지 않는다. 기획과 대본, 연습, 무대 준비, 공연 직전의 긴장, 첫 공연 이후의 변화까지 이어진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를 중심에 둔 구성이다.
이주화는 “연기 인생 30년쯤 되면 꼭 한 번 이루고 싶은 꿈이 모노드라마였다”며 “연습하면서 이 과정을 배우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책의 출발점은 그 생각에서 시작한다.
이주화는 2023년 첫 공연부터 매일 연습노트를 썼다. 그는 “감정, 실패, 두려움, 그리고 작은 변화들까지 기록했다. 어느 순간 이 시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축적됐고 한 권의 책으로 이어졌다.
특히 공연 한 달 전부터 D-DAY까지를 세밀하게 기록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주화는 “공연 직전 한 달은 배우에게 가장 치열한 시간”이라며 “그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구간을 통해 배우의 심리와 몸, 생각이 무대를 향해 집중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이주화는 “1인극은 도망칠 수 없다”며 “연기력, 체력, 집중력, 관객과의 호흡까지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더 두렵고,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첫 문장 “나는 배우다”는 선언이자 질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그는 “모노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나는 배우로서 제대로 살고 있는가를 계속 묻게 됐다.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지금 살아 있는가라는 감각이 더 중요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주화는 “모노드라마는 결코 혼자의 작업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그는 “지나온 관계와 기억, 감정이 한 사람 안에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함께한 사람들과 관객까지 모두가 작품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사진 위 왼쪽은 배우 김서형과 함께.
그래서 ‘웨딩드레스’는 연기 기술을 설명하는 데 치중하지 않는다. 한 무대를 홀로 책임지는 배우의 무대 뒤편까지 기록한다.
이주화는 “연기 잘하는 법보다 두려움, 흔들림,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럼에도 다시 무대에 서는 시간을 담고 싶었다. 연기는 기술 이전에 버티는 시간이고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설파한다.
이어 “인생도 연기이고 연기는 일상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무대 위 기술이 아니라 삶의 축적이 연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배우 이주화
1인극 ‘웨딩드레스’는 2023년 국내 초연 이후 영국 에든버러, 일본 오사카 공연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관객으로 확장했다. 이주화는 “언어는 달랐지만 감정은 통했다”며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 이야기는 국경을 넘는다는 걸 느꼈다”고 이 책을 통해 말한다.
특히 일본 공연에서는 관객의 사인이 담긴 웨딩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그 드레스를 입었을 때 온몸이 전율로 가득 찼다”며 “그 감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주화는 초연 당시 입었던 웨딩드레스에 전세계 관객으로 부터 사인을 받고 있다. 이는 공연을 지켜본 사람들의 흔적이 남은 기록물이자, 배우가 혼자 무대에 서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마음을 입고 오른다는 것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상징이다.
마지막으로 이주화는 독자에게도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이 책은 잘 살았다는 증명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다는 기록”이라며 “누군가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도 다시 시작해볼까’ 그런 마음이 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미소 지었다.
신간 서적 ‘웨딩드레스’가 화려한 성공담으로 읽히기보다, 흔들리면서도 끝내 무대에 오르기로 한 시간의 기록으로 읽히길 바란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