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선수단이 6일 대한항공과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2패 끝에 귀한 1승을 따내면서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2차전에서 불거진 비디오 판독 논란으로 절치부심한 현대캐피탈은 분노를 기폭제로 삼아 승리하겠다는 사령탑의 의지를 행동으로 실현했다.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5-23 26-24) 승리를 거뒀다. 1, 2차전을 대한항공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모두 내주고 천안으로 돌아온 현대캐피탈은 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 속에 챔피언 결정전 첫 승을 따냈다. 챔피언 결정전은 5전3선승제다.
현대캐피탈은 4일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불거진 비디오 판독 논란으로 절치부심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은 분노를 기폭제로 활용해 오늘 목숨을 걸고라도 이길 수 있는 투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현대캐피탈 홈 관중이 대부분을 차지한 이날 응원석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현수막도 걸렸다. 석연치 않은 비디오 판독으로 2차전 승리를 빼앗겼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현대캐피탈이 1, 2세트를 모두 따내고 3세트가 시작되기 직전 “1, 2차전에서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화가 많이 나있으신 것으로 안다. 그 화를 여러분의 목소리로 선수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신경전은 경기 중에도 이어졌다. 대한항공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때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2세트 16-17 상황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신청한 인/아웃 판독 요청이 성공했다. 그러자 대한항공이 연달아 공 터치아웃 판독을 요청했고 터치아웃으로 판정되면서 16-18이 됐다. 3세트 20-19에서는 대한항공 임재영의 서브가 그대로 코트를 나가자 대한항공이 인/아웃 판독을 요청했다. 역시 현대캐피탈 응원석에서 야유가 쏟아졌고 이번에는 대한항공 팬들이 큰 목소리로 환호하며 맞불을 놨다.
이날 1세트는 일방적인 경기 내용으로 끝낸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서 12-15까지 뒤처졌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25-23으로 세트를 따냈다. 긴장감은 3세트에서 절정에 달했다. 현대캐피탈은 17-11에서 17-17까지 쫓겼다. 그 때부터 두 팀은 한 점씩 주고 받기를 반복해 24-24 듀스까지 총 8차례 동점이 나왔다. 결국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와 허수봉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26-24로 세트가 끝났다. 레오는 이날 공격성공률 63.64%로 23득점을 올렸고 허수봉은 58.33% 성공률로 17득점을 올렸다.
블랑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의 분노가 기폭제가 된 것 같다. 우리가 원했던 대로 승리했고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며 “꼭 4차전에서 승리해서 천안에서 2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쉽게 사그라들 분노는 아니지만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지나간 일은 있고 남은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레오는 ‘분노가 오늘 경기의 기폭제가 됐나’라는 질문에 “100% 그렇다”며 “하지만 아쉬움은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동기 부여의 일부로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허수봉도 “2차전을 마치고 잠을 좀 많이 못 잤다. 다 이긴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멘털이 많이 흔들렸다. 다음날 선수들과 긍정적인 말들을 주고받으며 멘털 회복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