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구 문제가 아니라면···‘타고’ 아니라 ‘투약’ 시즌?

입력 : 2026.04.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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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 류현진. 한화이글스 제공

2026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KBO리그 공인구 반발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찍혔다. 시범경기 총 60경기에서 무려 119홈런이 터졌다. 시범경기 경기당 홈런이 전년도 1.26에서 1.98개로 급증했고, 장타율(0.422)과 출루율(0.350)을 더한 OPS는 0.772에 이르러 역대 시범경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그리고 개막 2연전 이틀간 10경기에서 총 24홈런, 199안타로 타선이 대폭발했다.

그러나 KBO가 개막 2연전을 마치고 발표한 공인구 1차 시험 결과에서 반발계수는 오히려 낮아졌다. KBO 반발계수 합격 기준 0.4034~0.4234에서 낮은쪽 기준을 통과했다. ‘탱탱볼’ 논란이 사그라들었지만, 리그 타격 강세는 여전하다.

현장에서는 “공의 반발계수와 별개로 확실히 타구가 멀리 뻗는다는 느낌은 받는다. 가운데 담장을 넘기거나 맞힐 만한 타자들은 각 팀에 1~2명 뿐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데 그런 타구가 확실히 늘었다. 반발계수가 아니더라도 확실히 어떤 변수는 작용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리그는 활화산 같았던 초반 흐름에서 조금 안정감을 찾아가는 듯하다. 각 팀이 10경기씩 치른 지난 8일까지 리그 홈런 수(87개)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데이터는 타자들의 압도적 우위를 가리킨다. 리그 타율은 0.267, OPS(장타율+출루율)는 0.765이다.

리그 평균자책은 4.98,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58로 높다. 세부 지표를 보면, 투수들이 고전한 흐름은 더 명확해진다. 볼넷은 52경기를 치른 시점의 지난 시즌(398개)과 비교해 479개로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삼진은 820개에서 748개로 줄었다. 투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전체적인 투수 기록의 하락은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드류 앤더슨 등 지난 시즌 맹활약한 외인 투수들이 빠진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시즌 초반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NC 에이스 라일리 톰슨을 비롯해 삼성 맷 매닝, 한화 오웬 화이트, 두산 크리스 플렉센 등 각 팀이 에이스로 기대한 외인 투수들이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부분도 크다.

2024년 도입해 3년 차를 맞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영향도 있다. 조성환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ABS존 도입 초기에는 투수들이 유리하다고 했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투수들이 고려해야 되는 변수는 이전과 똑같은 반면 타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ABS존 대응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투수력 자체의 약화가 주목받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확인한 것처럼 타자들은 시속 150㎞ 이상 빠른 공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만, 투수들은 그 발전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투수들의 기록 자체가 낮은 ‘투저’보다는 투수들의 능력이 타자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투약’이라는 것이다.

결국 제구와 볼끝 문제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력의 김선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타자들은 빠른 공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다. 반대로 구위만으로 압도하거나, 타이밍을 뺏으며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절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벤치에서 ‘타자를 어렵게 승부하라’고 사인을 내도 따를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포수 출신 허도환 MBC스포츠+ 해설위원의 생각도 같다. 그는 “WBC에서 보았듯 우리 타자들 능력이 확실히 좋다. 공이 빨라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쳐낸다”며 “리그에서도 장타성 타구를 보면 확실히 몰리는 공, 실투가 많다”고 설명했다.

두산 최민석.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최민석. 두산베어스 제공

조성환 위원은 “타자 입장에서는 공격적으로 던지는 투수가 가장 어렵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 자신의 강점, 레퍼토리를 잘 살리는 투구가 필요하다. 안 맞으려고 변화구, 볼을 늘려서는 타자와의 승부가 더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김선우 위원 역시 “메이저리그에서도 스피드만으로는 타자를 이길 수 없다. 결국 구속이 아니라 볼끝 무브먼트와 제구가 경쟁력”이라고 짚었다.

7일 SSG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으로 막은 류현진(한화), 8일 키움전에서 5.2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최민석(두산) 등 강속구 없이도 호투한 두 투수를 좋은 예로 들었다.

현재의 ‘투약’으로 인한 ‘타고’ 흐름이 단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판도는 아니라는 예상도 일치한다. 허도환 위원은 “타자들도 사이클이 있다. 5~6월에는 다시 투수들의 시간이 시작되겠지만 흐름상 ‘타고’ 시즌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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