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BTS, 세계 무대 향할수록 K팝 정체성 잃어가나”

입력 : 2026.04.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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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글로벌 팝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방탄소년단(BTS)이 거대해진 세계 무대와 상업적 기대 속에서 K팝 그룹으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속사와의 이견, 서구 시장을 겨냥한 음악적 변화, 그리고 국가적 브랜드라는 무거운 타이틀이 이들의 정체성 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BBC는 9일 한 칼럼니스트의 기고를 통해 새 앨범 ‘아리랑(Arirang)’ 발매와 대규모 월드투어를 앞둔 BTS가 예술적 정체성과 글로벌 전략 사이에서 겪고 있는 딜레마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신보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는 음악의 방향성을 두고 멤버들과 소속사 하이브 간의 이견이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지적하며, 지민은 곡 작업 중 “솔직히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했고, RM은 한국의 대표 민요를 상업적으로 연결 짓는 것에 대해 신체적 거부감이 든다고 털어놓는 등 아티스트로서의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음악적 색깔과 메시지의 약화는 정체성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Dark & Wild’ 시절, 치열한 경쟁 속 청춘들의 좌절과 꿈을 진정성 있는 한국어 가사로 담아내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은 서구 시장을 다분히 의식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국적 해외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하고 영어 가사가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수익성을 위해 독창성을 희생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중음악 평론가 박희아는 이번 신보에 대해 “사운드 퀄리티는 훌륭하지만, 과거 ‘Love Yourself’와 같이 전 세계를 관통하던 분명한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Love Yourself’ 앨범 시리즈는 자기애, 정신 건강, 개인적 성장을 중심으로 여러 문화권에서 큰 공감대를 얻은 바 있다. 한 K팝 블로거 역시 “새로운 도전은 존중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던 그들만의 진정성 있는 한국어 가사가 그립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당 칼럼에선 BTS가 ‘국가대표급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짊어지게 된 엄청난 무게감도 멤버들의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매체는 BTS가 곡 ‘노멀(Normal)’을 통해 “나를 잠시 꺼둘 수 있는 1분이 있었으면 좋겠어(Wish I had a minute just to turn me off).”라고 고백하고, 최근 정국이 라이브 방송에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은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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