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왼쪽부터), 김승범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박관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부대표, 박경신 교수, 양우석 감독,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황경선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2026년 한국영화산업의 위기와 대책’ 정책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영화 산업이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장 영화인들이 대규모 연대를 구성해 정부와 국회에 실질적인 구조 개선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영화단체연대회의는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026년 한국영화산업의 위기와 대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봉준호, 임권택, 정지영 감독과 배우 박중훈, 이정현, 유지태 등 영화인 581명이 참여했다.
연대회의는 작년 국내 극장 관객 수가 약 1억 600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2억 2,600만 명) 대비 47%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70% 이상의 회복률을 보인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비교해 심각한 부진이다. 이들은 넷플릭스 등 OTT의 공세 외에도 대기업의 제작·배급·상영 수직 계열화와 극장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스크린 독점 관행을 근본적인 위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영화인들이 제안한 핵심 타개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 ‘6개월 홀드백 법안’의 철회다. 해당 개정안은 극장 상영 종료 후 최대 6개월간 타 플랫폼 유통을 막는 내용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를 두고 “정상적인 홀드백이 아닌 소비자의 관람을 막는 ‘블랙아웃’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상영 기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만 막으면 오히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다.
둘째, ‘스크린 집중 제한 제도’의 도입이다. 특정 흥행작이 상영관을 독식하는 이른바 ‘스크린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단일 영화의 좌석 점유율에 상한선을 두자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이 제도를 통해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어야 실질적인 투자비 회수와 극장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제작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 및 세제 혜택이다. 정부가 중심이 되어 1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2개 이상 조성하고, 개인 및 법인 투자자(LP) 유치를 위해 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투자 환경이 시장에서 커뮤니티로 변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투자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지금의 대책들은 극장과 배급사 등 영화계 모두에게 절박하고 긴급한 해법”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업계와 정부가 해결책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