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10일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 KOVO 제공
0%의 기적에 도전한 남자배구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현대캐피탈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1·2세트를 내준 뒤 3세트에 이어 4세트까지 유리한 고지를 잡았다가 역전을 허용했다.
이번 챔프전은 현대캐피탈의 ‘분노 시리즈’였다. 현대캐피탈은 2차전 5세트 14-13에서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의 서브가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으로 선언되면서 졌다. 앞서 비슷한 상황에서 블로킹에 맞고 떨어진 대한항공의 공은 인으로 인정돼 현대캐피탈의 반발이 거셌다. 필립 블랑 감독은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3차전부터 챔프전은 ‘분노 시리즈’로 돌변했다. 블랑 감독은 3차전 시작에 앞서 “분노의 힘으로 승리하겠다”고 독하게 다짐하더니 3-0 완승으로 흐름을 바꿨다.
‘입 배구’를 통한 블랑 감독의 심리전은 계속됐다. 블랑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도 “아직 내 분노는 식지 않았다. 우승해야 씻겨 내려갈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웃음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독한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이어 “새 역사를 쓰겠다. 오늘 상대 전적 2승 2패를 만든 뒤 5차전에서 승리하겠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5차전에서 남자부 최초의 리버스 스윕 우승을 노렸다. 역대 20차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지고 우승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기적을 연출하는데는 실패했다.
2주간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3세트 이후 투혼을 발휘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블랑 감독은 패배 후 “기자회견을 짧게 해야할 것 같다. 이해해달라”며 “대한항공은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다. (홈)천안처럼 경기를 해보려고 했지만 체력적인 한계를 넘지 못했다. 딱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스트시즌 진출하면서 타이트한 일정에서 우리가 우승하기 위한 플랜을 짜보니 우리카드전을 2경기에서 끝내고, 챔프전 인천에서 한 경기를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체력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2주간 7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선수들에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전 판정 논란의 아쉬움을 곱씹으며 “나의 분노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지만, 대한항공에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말하고는 기자회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