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안우진이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 경기를 앞두고 단연 화젯거리로 거론된 선수는 이날 키움의 선발 투수인 안우진(27)이었다. 2022년 삼진(224삼진), 이닝(196이닝), 평균자책(2.11) 등 3관왕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한 안우진의 복귀전이었다.
설종진 키움 감독은 평소보다 더 많아진 취재진을 보고 “그만큼 안우진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안우진이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하면 타자도 투수들도 좋은 분위기로 갈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안우진은 대한민국 최고 투수 아닌가. 선수들도 안우진이라는 걸 의식하며 타석에 들어갈 것이다. 앞으로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오면 안 만나는게 좋다”라며 진심이 담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소문난 잔치’에서 안우진은 자신을 향한 기대치를 채웠다. 2023년 8월31일 인천 SSG전 이후 955일만의 등판이었다. 이후 팔꿈치 수술 후 군입대한 안우진은 지난해 1군 복귀를 노렸다가 오른 어깨를 다쳐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올랐고 기나긴 재활 과정을 거쳤다.
제구도 중요하지만, 그의 강점인 구속이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이었다. 수술을 하기 전 안우진의 최고 구속은 159㎞까지 나왔다. 최근 라이브 피칭에서는 157㎞까지 나와 기대감이 커진 상태였다.
그리고 안우진은 이날도 마운드에서 공을 힘껏 뿌렸다. 첫 타자 황성빈에게 던진 초구 직구의 구속이 전광판에 157㎞로 찍혔다. 2구째 직구는 159㎞, 급기야 4구째 직구는 160㎞까지 나왔다. 강속구로 윽박지르던 안우진은 6구째 변화구로 황성빈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두번째 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상대로도 158㎞의 초구 직구를 꽂아넣는 공 3개로 삼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세번째 타자 노진혁을 잡는 데에는 10구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 롯데 4번타자 한동희에게는 3구째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우전 안타를 맞아 2사 1·2루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우진은 전준우를 2구째 직구로 2루 땅볼로 처리하며 1이닝을 끝냈다. 투구수는 24개로, 경기 전 약속한 투구수인 30개에 거의 가까웠다. 구단 측은 “지난 시즌부터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시스템으로 도입된 트랙맨에 의하면 안우진의 최고 구속은 159.6㎞이며, 2026시즌 최고 구속 신기록”이라고 전했다.
안우진의 건재함은 키움 전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키움은 1회 1번타자 이주형이 우월 솔로 홈런을 쏘아올린 뒤 3회 안치홍의 1타점 2루타가 나오면서 2-0으로 앞섰다.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배동현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박진형-가나쿠보 유토-김재웅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끝까지 상대 타선을 막으면서 2025년 8월14일 문학 SSG전 이후 241만에 팀 완봉승까지 거뒀다.
안우진이 경기 후 인터뷰하고 있다. 고척 | 김하진 기자
경기 후 안우진은 “나도 오래 기다렸고 팀원들도 복귀를 축하해줬다. 1이닝이지만 점수를 안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초구부터 잘 들어가면 경기가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구가 들어가자마자 마음이 편해졌다. ‘힘 좀 써도 되겠다’라고 생각해서 몇 개 세게 던져보기도 하면서 마무리했다. 볼넷도 하나 있었고, 안타도 하나줬는데 그런 부분들은 이닝을 늘려가다보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60㎞를 찍던 그 순간에 대해서는 “조금 세게 던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힘을 더 썼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이닝만 던지니까 강약 조절이 없이 전력 투구를 했고, 내 피칭에 집중했는데 이닝이 점점 늘어가면 강약 조절도 해야되서 계속 강하게만 던질 수 없지 않겠나. 변화구도 많이 쓰면서 퀄리티를 확인하면서 던지면 조금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2024년 도입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도 처음으로 경험한 안우진은 “노진혁 선배에게 던진 초구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공 하나 정도 빠졌더라. 그런 부분들을 차트를 보고 확인하면서 수정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다음 일정이다. 설 감독은 “이틀 뒤에 1이닝을 한번 더 던질 지, 아니면 4일 쉬고 2이닝을 던질지는 경기가 끝난 뒤 결정될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랜만의 피칭이라 몸 상태 등 컨디션을 점검해야한다.
안우진도 “완전히 회복하고 던지려면 선발 투수처럼 텀을 가져가는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다음에 언제 던지게 될 지는 모르겠다. 감독님이 정해주셔야 될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분간 안우진은 배동현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안우진이 4이닝까지 소화할 수 있을때까지 선발 카드인 배동현이 두번째 투수로 나간다. 안우진은 “내가 선발로 나가게 되면 (배)동현이 형이 선발승이 안 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너무 괜찮다고 말을 해줬다. 동현이 형이 이해를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도 최대한 이닝을 늘려서 내 자리에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일단 첫 등판을 무사히 마친 안우진은 “그리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빠른 공을 던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비쳤다. 그는 “이닝이 늘어나다보면 중요한 상황에서 구속이 더 나올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강하게만 던지려고 했는데 오히려 강약 조절을 잘 했을 때 투구수도 줄어들고 그게 훨씬 나에게 잘 맞는다. 경기 감각 조절을 잘 하다보면 또 (구속 증가가) 될 것 같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