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서현의 14일 대전 삼성전 투구 모습.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 잭 쿠싱. 한화이글스 제공
“마치 마운드 위에서 처음 공을 던지는 투수 같았다.”
믿음의 야구도 한계가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마무리 김서현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1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어제 경기는 야구를 보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면서 “결국 우리 투수들이 해줘야 한다. 감독은 앞으로 긴 레이스에서 그렇게 희망을 가져야 하니까”라며 씁쓸한 기억을 되짚었다.
한화 투수들은 전날 대전 삼성전에서 볼넷 16개, 사구 2개를 기록했다. 홈 만원 관중 앞에서 최악의 경기를 했다. 5-6 역전패. 모든 점수를 적시타 없이 내줬다. 2020년 9월9일 SK(현 SSG)가 키움전에서 세운 한 경기 팀 최다 볼넷(16개)과 타이, 1990년 5월 5일 LG 투수진이 롯데전에서 기록한 한 경기 최다 사사구 기록(17개)을 36년 만에 깨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화 불펜 평균자책은 이날 경기로 9.05까지 치솟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4-0으로 앞선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는데, 이때부터 볼넷을 12개(사구 1개)나 내주며 자멸했다. 마무리 김서현의 계속되는 난조에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김서현은 팀이 5-2로 리드한 8회 2사 1·2루에서 구원 등판해 볼넷 6개, 사구와 폭투 각각 1개씩을 기록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부진할 때는 김서현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줘 나도 충분히 참았다. 올해는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흔들림없이)딱 서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런데 어제 김서현은 마치 마운드 위에서 처음 공을 던지는 투수 같았다”고 질책했다.
김서현은 46개의 공을 던졌다. 당분간 마운드에 오를 수 없지만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불펜 운영에는 변화를 예고했다. 마무리를 잭 쿠싱으로 교체한다. 김 감독은 “쿠싱이 부산 원정에서 선발을 준비했는데, 어제 경기를 보면서 (마무리를)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일단 쿠싱을 먼저 마무리로 쓰면서 경기를 풀어가겠다. 시즌을 하면 상황은 계속 변한다. 지금은 그렇게 해보고 잘 풀리면 다음 생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쿠싱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외인 선발 오웬 화이트의 자리를 메울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다. 지난 12일 데뷔전인 KIA전에서 3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했다.
김서현은 지난해 후반기 한화 야구에 있어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개막 직후 슬럼프에 빠진 마무리 주현상을 대신해 뒷문을 책임진 그는 풀타임 마무리로 정규시즌 69경기에 등판, 33세이브(2승4패 2홀드 평균자책 3.14)의 뛰어난 성적을 올려 한화가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 선두 경쟁의 승부처에서 자주 흔들렸다.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역전 우승의 실낱같은 기회를 노리던 인천 SSG전에서는 5-2로 앞서던 9회말 2사 후 2점 홈런 2개를 맞았고, 한화는 이날 역전패로 2위가 확정됐다.
그 충격이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졌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3점 차 세이브 상황에서 0.1이닝 동안 홈런 포함 3피안타 2실점했다. 결국 한화는 김서현을 교체하고 나서야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1로 앞선 6회 1사 1·2루에서 삼성 김영웅에게 동점 3점 홈런(0.2이닝 1피안타 2볼넷)을 맞았다. 한화 벤치는 지속적으로 김서현의 멘털과 경기력 회복을 위해 신경썼지만 지금까지는 백약이 무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