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유망주 골키퍼 출신 화이트먼, 26세 축구 포기하고 고립과 불안을 표현하는 예술가로 새삶

입력 : 2026.04.19 09:22
  • 글자크기 설정
알피 화이트먼 작품. CNN

알피 화이트먼 작품. CNN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어린 시절 꿈을 이뤘던 골키퍼 알피 화이트먼이 26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이제 사진과 영상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창작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미국 방송사 CNN은 최근 보도를 통해 화이트먼의 전환 과정을 조명하며,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속에서 겪은 정체성 혼란과 그 이후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화이트먼은 어린 시절부터 프리미어리그 구단 토트넘 홋스퍼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한 골키퍼로, 9세에 입단해 17년 동안 구단에 몸담았다. 잉글랜드 내 또래 최고 수준의 골키퍼로 평가받으며 프로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1군 출전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백업 골키퍼로 보내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훈련을 이어갔다.

겉으로는 성공적인 커리어였지만, 내부에서는 지속적인 갈등이 이어졌다. 화이트먼은 “항상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며 “축구선수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팀 동료들이 고가의 자동차와 사치 소비를 즐길 때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재즈 음악과 예술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등 전형적인 선수 문화와는 다른 삶을 추구했다. 당시 축구 환경은 이러한 관심을 ‘집중력 저해 요소’로 간주하는 분위기였고, 그는 자신의 취향을 억누르며 지내야 했다.

전환의 계기는 임대 이적이었다. 2021년 스웨덴 구단 데게르포르스 IF로 임대된 그는 낯선 환경에서 처음으로 정기적인 출전 기회를 얻었다. 동시에 도시를 떠나 숲속 통나무집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기 그는 외부 자극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사진 촬영을 시작했고, 특히 셀프 포트레이트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불안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세탁실, 호숫가, 사우나 등 일상 공간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젊은 시절의 불만과 공허함’을 담아낸 작업으로 발전했다. 그는 스웨덴 체류 기간 동안 600장이 넘는 셀프 포트레이트를 촬영했으며, 이는 이후 전시 작품의 기반이 됐다.

알피 화이트먼 작품. CNN

알피 화이트먼 작품. CNN

런던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군 진입 가능성은 낮았고, 개인적인 관계 문제와 부상까지 겹치며 선수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 2023년 계약 연장을 체결했지만, 이는 안정적인 삶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부상이었다. 장기간 재활 기간 동안 그는 과거 촬영한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고, 이를 계기로 창작 활동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결국 2025년, 그는 다른 구단 이적 제안을 거절하고 선수 은퇴를 선택했다.

토트넘 시절 알피 화이트먼. 게티이미지

토트넘 시절 알피 화이트먼. 게티이미지

화이트먼은 선수 생활 동안 단 한 차례 1군 경기에 출전했지만, 유럽대항전 우승 스쿼드에 포함되며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그는 “인생은 짧지만 이 결정은 매우 두려웠다”며 “완전히 알 수 없는 세계로 나아가는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그는 런던에서 사진작가이자 영상 연출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작업을 전시로 공개하고 있다. ‘어 론(A Loan)’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선수 시절 느꼈던 반복성과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화이트먼은 “선수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제 축구가 아닌 창작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과 연결되는 삶을 선택했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