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타고투저를 밀어내고, 투고타저를 불러왔나

입력 : 2026.04.20 10:36 수정 : 2026.04.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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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민석.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최민석. 두산 베어스 제공

■풍경 1

웬만한 스릴러물보다 반전이 잦은 프로야구 LG-롯데전을 일컫는 ‘엘롯라시코’의 올시즌 출발은 새로웠다. 지난 14일 잠실 첫 만남에서 LG가 2-1로 승리하자 15일에는 롯데가 2-0 승리로 받아쳤다.

이틀 연속 평품 투수전이 이어졌다. 첫 대결에서는 LG 선발 송승기가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고, 둘째 날에는 롯데 선발 김진욱이 6.2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날았다. 만났다 하면 다득점을 주고받으며 릴레이 승부처를 만들던 기존 ‘엘롯라시코’와 선을 그은 이틀이었다.

■풍경 2

지난 11일 잠실 SSG-LG전. SSG가 3-4로 뒤진 9회초.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SSG 김재환이 LG 마무리 유영찬의 145㎞짜리 초구 패스트볼을 그대로 받아쳤다, 나쁘지 않은 타이밍에 맞아 나간 타구는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향해 높이 날아올랐다.

LG 벤치의 염경엽 감독이 불안한 듯 타구를 바라보는 사이 LG 우익수 홍창기가 담장에 등을 댔다. 모두가 동점 솔로홈런을 머리에 그리는 순간, 비행하던 타구는 급히 낙하하며 홍창기 글러브에 살포시 안겼다.

타구속도 164㎞에 발사각 32도가 나왔다. 트래킹 테이터로는 충분히 넘어갈 타구였다. 아쉬움을 안고 퇴근한 김재환을 포함해 현장의 몇몇 관계자들은 올해의 ‘탱탱볼 이슈’를 잠재울 장면이라는 목소리도 냈다.



타고투저를 화두로 요란하게 시작한 시즌이었다. 실제 지난 4일 팀당 7경기씩, 전체 35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리그 평균 자책은 5.48에 이르렀다.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 4.27과 차이가 클 뿐 아니라 대표적인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록된 2018년 리그 평균자책 5.11보다 높았다.

그러나 타고투저 바람은, 봄날의 벚꽃 피고 지듯 순식간에 지나갔다. 지난 5일 이후 지난 주말까지 벌어진 57경기 리그 평균자책은 3.96으로 대폭 낮아졌다. 개막 이후 리그 평균자책도 4.54로 진정됐다.

KBO에서 공인구 반발 계수 평균이 0.4093로 합격 기준인 0.4034~0.4234 안에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공인구 솔기 차이를 주목하며 공인구별 편차가 있어 ‘복불복’이라는 목소리도 나오지 있지만 공인구 반발력 이슈는 일단 잦아들었다.

삼성 장찬희.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장찬희. 삼성 라이온즈 제공

리그 평균자책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은, 우선은 각팀 마운드 전력 강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쿼터로 가세한 투수들이 여전히 당초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즌 개막 즈음만 해도 수면 아래 있던 유망주 그룹의 젊은 투수들이 빠르게 전력화하고 있다.

LG 불펜 구성을 바꾼 우강훈, 삼성 불펜의 숨통을 연 장찬희, 롯데 불펜의 넘버1 옵션이 된 박정민, NC 불펜의 ‘필살기’가 된 이준혁, 임지민 등 새로운 이름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또 선발 가운데는 입단 6년차지만 매시즌 시행착오를 겪던 롯데 김진욱이 3경기 평균자책 1.86의 에이스급 활약을 하고 있고, 두산 5선발 최민석은 4경기 3승 평균자책 1.14로 리그 선발 지표를 리드하고 있다. 개막 첫 주만 해도 도드라지지 않았던 이름들이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제공

마운드 리스크를 안고 있던 몇몇 팀들이 고비를 넘어간 것도 타고투저 현상을 밀어낸 배경이었다. KIA는 필승조 3명이 빠진 가운데 성영탁 김범수 이태양 조상우를 중심으로 최근 10경기 불펜 평균자책 2.48로 1위를 기록했다. 불펜이 고질적으로 불안하던 삼성도 같은 기간 불펜 평균자책 2.49로 1위 같은 2위 지표를 남겼다.

지난해 한화 폰세와 와이스 같은 압도적인 외인 에이스는 없지만 외인투수 대부분이 대체로 무난한 역할 수행을 하기 시작한 것도 타고투저 진정 효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퀵배송’ 받듯 부상 외인선수 자리를 메우는 단기 대체외인제도도 순기능이 되고 있다.

4경기 4승 평균자책 0.78의 KT 외인투수 보쉴리. KT 위즈 제공

4경기 4승 평균자책 0.78의 KT 외인투수 보쉴리. KT 위즈 제공

타고투저의 흐름이 투고타저로 급히 전환되면서 전체 구도를 만드는 투수 지표 가중치도 커지고 있다. 외인투수 부진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LG는 어느새 팀평균자책 1위(3.60)에 올랐다. KT(3.95)와 삼성(4.17)이 뒤를 잇는다. 이들 3팀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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