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버러 대학교 이미지
축구공의 설계 자체를 바꾸면 헤딩 시 뇌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축구계 전반에서 뇌 손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장비 개선을 통한 예방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1일 “축구공이 머리에 맞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강한 ‘압력의 파동’이 짧게 발생해 뇌로 전달된다”며 “이때 전달되는 에너지가 반복적으로 쌓일 경우, 일부 군인들이 약한 폭발 충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와 비슷한 수준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즉 한 번의 충격이 아니라, 작지만 빠른 충격이 계속 쌓이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해당 연구는 러프버러 대학교가 영국축구협회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연구진은 지난 100년간 사용된 다양한 축구공과 인체 모형을 활용해 실제 경기 속도에서 충돌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공이 머리에 닿는 아주 짧은 순간, 뇌 전두부로 에너지가 ‘파동 형태’로 전달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축구공 종류에 따라 전달되는 에너지 크기는 최대 5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의 내부 구조, 표면 재질, 속도, 물기 여부 등이 영향을 미쳤다. 과거 가죽 공이 더 위험하다는 단순한 인식과 달리, 시대와 관계없이 ‘설계에 따라 위험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핵심은 충격을 분산시키고 압력파를 줄이는 방향으로 공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 내부 공기압을 미세하게 조정해 충돌 순간의 반발력을 완화하거나, 외피 소재를 더 유연하게 만들어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고. 패널 구조를 바꿔 특정 지점에 힘이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즉 공이 ‘딱딱하게 튕기는 물체’가 아니라,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러프버러 대학교 실험 장면
축구계에서는 이미 헤딩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영국에서 진행된 ‘필드(Field)’ 연구에 따르면 축구 선수는 일반인보다 관련 질환 발병 위험이 약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규제도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축구협회는 11세 이하 경기에서 헤딩을 금지했고, 훈련 중 강한 헤딩 횟수를 제한하는 지침을 도입했다. 스코틀랜드축구협회는 성인 프로 경기에서도 경기 전후 일정 기간 헤딩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BBC는 “이번 연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비 자체를 바꾸는 해법’을 제시했다”며 “단순히 헤딩을 줄이는 것을 넘어, 헤딩을 하더라도 뇌에 전달되는 충격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축구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