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목지’ 스틸 사진. 쇼박스 제공
영화 ‘살목지’가 치밀하게 설계된 은유와 상징을 앞세워 극장가를 점유하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는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 ‘살목지’의 세 가지 설정 비하인드를 공개했다고 22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등장인물들의 한자 이름에 투영된 서사다. 이상민 감독은 각 인물의 특성과 운명을 한자에 각인했다. 주인공 수인(김혜윤)의 이름은 가둘 수(囚)와 사람 인(人)을 써, 저수지에 갇힌 물리적 상태와 선배 교식(김준한)을 향한 죄책감에 매몰된 내면을 동시에 시사한다. 기태(이종원)는 행복할 기(祺)와 클 태(泰)를 조합해 수인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임을 짚어냈다. 팀장 교식의 경우 가르칠 교(敎) 대신 교활할 교(狡)를 대입하면 타인을 기만하는 귀신의 속성으로도 읽힌다. 이 외에도 경태(김영성), 경준(오동민), 성빈(윤재찬), 세정(장다아) 등 모든 인물의 이름이 극 중 운명과 맞닿아 있다.
영화 ‘살목지’ 스틸 사진. 쇼박스 제공
인물들의 행동이 파국을 잉태하는 구조도 서사의 뼈대를 이룬다. 극 중 일행은 무속 신앙에서 부정을 탄다고 여기는 금기를 무심코 범하며 위기를 자초한다. 로드뷰 촬영 차 숲에 든 경태와 경준이 노상방뇨를 하거나, 세정과 성빈이 물가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누군가의 묫자리를 밟은 세정과 귀신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던 경준 역시 비극적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발을 들여선 안 될 공간에서 행해진 일탈이 극적인 공포로 치환되는 방식이다.
시간적 배경에도 명확한 의도가 담겼다. 수인 일행이 살목지를 빠져나가려 고군분투하는 시간은 새벽 1시 30분에 멈춰 있다. 이는 십이간지로 북동쪽을 의미하며 예로부터 귀신이 드나든다고 여겨지는 ‘축시(丑時, 오전 1~3시)’에 해당한다.
이 감독은 앞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1시부터 3시까지가 축시라고 해서 귀신의 힘이 가장 강해지는 시간이다. 1시 30분이 귀신들이 인물들을 농락하기 가장 쉬운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설정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