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송민규, 클리말라보다 바베츠”…FC서울, 홀딩 미드필더 ‘단단’하니 선두 질주 ‘탄탄’대로

입력 : 2026.04.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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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미드필더 바베츠(가운데)가 21일 부천FC와 홈경기에서 드리블하며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미드필더 바베츠(가운데)가 21일 부천FC와 홈경기에서 드리블하며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이름들을 향해 있었다. 페널티킥과 로빙슛, 쐐기골이 골문을 가를 때마다 팬들이 부른 이름은 클리말라였고 문선민이었고 황도윤이었다. 하지만 FC서울이 부천FC를 3-0으로 완파하고 하나은행 K리그1 선두 자리를 한층 공고히 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김기동 감독이 경기 후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크로아티아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바베츠였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클리말라, 송민규, 이승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바베츠가 다치거나 힘들어하면 이걸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고민을 사실 한다. 중추적인 역할을 그 선수가 다 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바베츠 선수가 내 눈에는 최고의 선수”라고 못 박았다.

이유는 전술과 맞닿아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풀백을 중앙으로 좁히고 윙어를 넓게 세우는 2-3-5에 가까운 공격 대형을 새로 도입했다. 공격에 다섯 명을 올리면서도 후방에 다섯 명을 2-3 형태로 남겨 상대 역습을 미리 차단하는 구조다. 이 그림이 흔들림 없이 돌아가려면 2-3 뒷선의 맨 앞, 중원 가장 아래에서 공수를 조율하는 홀딩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공격 땐 빌드업의 출발점이 되고 수비 땐 센터백 앞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 그 자리의 주인이 바베츠다. 황도윤도 “작년에는 중원에 비슷한 역할의 미드필더 두 명을 나란히 뒀다면, 올해는 뒤에서 받쳐 주는 홀딩 미드필더 한 명을 따로 두면서 나머지 선수들이 좀 더 윗선에서 움직일 수 있게 전술 자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바베츠는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자신의 자리를 명확히 정의했다. 그는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팀에 필요한 더러운 일들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를 보시는 분들께는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축구를 깊게 보시는 분들은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라고 담담히 덧붙였다.

김 감독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그는 “나는 감독님 덕분에 이 팀에 와 있다. 감독님이 믿음을 주신다는 게 내게는 전부”라며 “내가 가진 모든 것, 그 이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바베츠 자리에 다른 선수를 세워 봤지만 아직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그 자리를 맡길 또 다른 선수를 계속 찾고 있다”고 언급할 만큼, 그의 영역은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

바베츠는 “초반 3~4경기 정도는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리그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1월 입단 당시 “오스마르처럼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어쩌면 그보다 더 잘하고 싶다”던 포부는 석 달 반 만에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로 되돌아왔다. 오스마르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중원을 책임지며 K리그 최고의 외국인 미드필더로 꼽혔던 스페인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서울 팬들에게 여전히 ‘레전드’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바베츠는 눈에 띄는 개인 장면보다 90분 내내 중원 뒤쪽에서 빌드업을 시작하고 부천의 역습 시도를 걷어 내는 궂은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부천이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펼치며 서울 선수들이 당황한 초반, 후방에서 침착하게 공을 받아 경기를 풀어나간 것도 바베츠였다. 김 감독이 경기 후 “부천이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선수들이 조금 당황했는데, 당황하지 않고 잘 풀어나간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짚은 대목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대전하나시티즌전 첫 패배의 충격을 3-0 완승으로 털어낸 선두 서울, 그 탄탄대로의 중심에는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묵묵히 중원을 단단하게 지키는 바베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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