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티우아칸 유적지. AFP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멕시코의 치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멕시코 수도 인근 대표 관광지인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대회 준비 전반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멕시코 정부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테오티우아칸 유적지 내 ‘달의 피라미드’ 정상에서 27세 남성이 관광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캐나다인 여성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3명이 다쳤다. 부상자에는 미국·콜롬비아·브라질·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포함됐으며, 6세 어린이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은 단독 범행 후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는 권총과 탄약, 흉기와 함께 미국 1999년 총기 난사 사건인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 관련 자료와 메모가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범인이 과거 대형 총격 사건을 모방하려는 성향을 보였으며, 사전에 여러 차례 현장을 답사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에서 지난 21일 한 남성이 총기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외곽 산마르틴 데 라스 피라미데스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캐나다인 여성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으며, 용의자는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이미지는 소셜미디어 영상을 기반으로 제공됐으며, 로이터가 화질 개선 처리를 했다. 로이터
사건은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객 유입이 예상되던 핵심 방문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테오티우아칸은 멕시코시티 북동쪽 약 40㎞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월드컵 기간 주요 관광 코스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월드컵 관람객을 겨냥한 야간 미디어 쇼 재개 논의도 진행 중이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전례 없는 고립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도, 유적지 내 보안 검색 체계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없던 일로 특정 개인이 벌인 예외적인 단발 사건이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국가방위군 투입 확대, 주요 관광지 보안 검색 강화, 감시 시스템 및 ‘사이버 순찰’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치안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월드컵 개최 도시인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몬테레이를 중심으로 약 10만 명 규모의 보안 인력과 2000대 이상의 군용 차량, 항공기 및 드론이 배치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멕시코 보안 분석가 다비드 사우세도는 “이번 사건은 정부가 강조해 온 ‘안전한 멕시코’ 이미지에 타격을 주며 치안 역량이 과부하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월드컵 대비로 관광지와 개최 도시에 치안 자원이 집중될 경우, 상대적으로 범죄 취약 지역의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멕시코 정부는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살인 사건이 감소하는 등 치안 개선 성과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 2월 과달라하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카르텔 폭력 사태에 이어 이번 총격 사건까지 겹치며 국제 사회의 시선은 다시 엄격해지고 있다.
한편 국제축구연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앞서 멕시코의 대회 준비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